"표대결은 이제부터"…고려아연 경영권 '혈투' 주총까지 간다

MBK-영풍, 고려아연 5.34% 지분 확보…지분율 33.13→38.47%
고려아연, 자사주 매수해도 의결권은 없어…"최종장은 주총장 표대결"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이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들고 있는 '캐스팅보트' 영풍정밀(036560) 공개매수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은 대항공개매수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넘어갔다.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강화한 MBK는 영풍의 기존 지분(33.13%)에 공개매수로 모은 5% 이상의 물량을 합쳐 38%가 넘는 지분을 쥘 전망이라 임시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총 110만5163주(5.34%) 지분이 응했다. MBK-영풍 연합이 17일 주당 83만 원에 청약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MBK-영풍의 지분은 38.47%까지 늘어난다.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MBK-영풍 연합은 최소 29%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잡을 수 있는데, 응모 수량은 한참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로 MBK-영풍보다 5000원 비싼 3만5000원을 제시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일단 MBK-영풍이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과 우호지분을 합하면 34%에 달하는데, MBK-영풍의 공개매수 종료로 최 회장 입장에선 1%포인트(p) 앞서는 구도에서 4%p 밀리는 구도로 바뀌었다. 더구나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는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또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조건으로 '전량 소각'을 걸었다. 남은 유통 물량인 15%를 모두 매수하더라도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의 매수 물량(2.5%)을 제외한 12.5%를 전부 소각해야 한다. 이 경우 MBK 등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재계에선 이르면 다음달 MBK 측이 소집할 임시 주주총회, 멀리는 내년 3월 주총 표 대결까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윤범 회장 측 인사다. MBK-영풍 연연은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선 것은 사실이지만, 둘 다 (의결권 있는 지분이) 과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주총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최종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MBK는 이날 공개매수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주총에서 우리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의결권 지분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며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날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상대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