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수요침체에 해상운임까지 올라…석화업계 3분기도 암울
중동 리스크로 급등한 해상운임 수익성 깎아내려…장기불황 겹쳐
中 경기부양책 내놓고 내수 살리기 "내년 턴어라운드 가능성"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3분기에도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시황 악화에 공급 과잉 해소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2분기부터 급등한 해상운임도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에 악영향을 끼쳤다.
1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석유화학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합계는 5615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708억원) 대비 47.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 사업만 별도로 보면 실적 악화는 더 두드러진다. LG화학(051910)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392억 원이다.
올해 들어 석유화학 시황은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는 이번 주 112달러에 그치고 있다. 손익분기점(300달러)을 고려하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로 급등했던 해상 운임도 수익성을 깎아내렸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초 1700대에서 지난 7월 3733.80으로 수직상승했다.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011170)도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지난해 3분기 280억 원의 흑자에서 올해 9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는 2000억 원 넘는 적자를 전망한다.
한화솔루션(009830)의 케미칼 부문도 부진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케미칼 부문의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111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492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전환이다.
4대 화학사 중에 금호석유화학(011780)만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841억 원) 대비 33.9% 증가한 1126억 원으로 전망됐다. 주력 제품인 NB라텍스의 판매량이 동남아시아 장갑 업황 반등으로 증가했다. SBR(styrene-butadien rubber) 등 고무 제품의 가격도 상승세다.
업계는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자산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나프타 분해 공장) 2공장을 매각 대상으로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법인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투자를 줄이는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이어간다.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기존 4조 원에서 3조 원 초반으로 축소한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3조 원 수준의 CAPEX 규모를 내년 1조 7000억 원 안팎으로 줄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업성을 낼 수 없는 분야인 만큼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며 "지분 일부 매각 등 상대방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화업계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달 중국은 올해 안에 특별 국채 1조 위안(191조 원)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시중은행에 명령했다. 중국 내수가 살아난다면 점진적인 석유화학 시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해운 물류비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컨센서스(전망)를 하회할 것"이라며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2025년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passionkj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