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늦었지만…삼성전자, LED 접고 차세대 전력반도체 잡는다

LED 장기간 수익 못 내…전력반도체·메모리로 인력 재배치
고전압 견디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전기차 핵심 부품 주목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차량용 LPDDR4X(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4X)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2024.8.27/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반도체 쇄신에 나선 삼성전자(005930)가 비주력 사업인 LED(발광다이오드)에서 철수하는 대신 전력반도체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입 지연으로 타격을 입은 만큼, 전기차 대중화를 대비해 핵심 부품인 전력반도체 개발은 실기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은 최근 LED 사업팀을 정리하고 관련 인력을 전력반도체(CSS), 마이크로LED, 메모리 등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삼성LED를 흡수합병한 이후 DS부문 산하 LED 사업팀에서 TV용 LED, 카메라 플래시용 LED, 자동차 헤드라이트 LED 부품 등을 생산해 왔다. 삼성LED는 삼성전기에서 LED사업을 떼어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각각 50대50 비율로 투자해 만들었던 비상장 회사다.

LED 사업은 최근 반도체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조직·사업 개편 결단을 계기로 정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ED 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1년 11월 'LED 등 조명기구'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발표하면서 대기업은 칩과 패키징 등 광원과 벌브형 등 일부 제품만 생산할 수 있도록 제한됐고, 필립스·오스람 등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봤다. LED는 2015년 1월 중기적합업종에서 해제했으나, 중소기업과 상생협약 등으로 대기업의 시장 참여 제한은 여전했다.

삼성전자는 대신 전력반도체를 키운다. 지난해 초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고 같은 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LED사업팀을 전력반도체 사업팀으로 바꿨다.

전력반도체는 전자 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전류 분배, 제어 등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기존 전력반도체는 실리콘(Si) 단일 소재로 생산됐지만, 이보다 고온·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 개발하는 것도 이쪽이다.

SiC는 GaN보다 고전압을 버틸 수 있어 산업용 모터, 전기차 등에 유리하고, GaN은 스위칭 속도가 빨라 5G 통신장비와 가전 전력변환 장치 등에 활용도가 높다.

특히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전력반도체 역시 규모가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전기차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현대차는 장기적으로 전력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 HBM이 SK하이닉스의 캐시카우가 됐듯이 삼성전자가 차세대 전력반도체에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면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