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장' 큰장 선 美, 복병은 '토지수용'…SK E&S도 못피했다

세계 최대 美 CCS '써밋 카본 솔루션' 2년 지연…땅주인들 소송에 파이프라인 못깔아
다른 CCS 사업들도 줄줄이 철수…"계약 공장 늘면서 사업 규모는 더 커져"

미국 중서부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설비 단지(SK E&S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한재준 기자 = 올 하반기 상업 운전 계획이던 미국 중서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가 현지 토지주들과의 쟁송(爭訟)에 발목이 잡혀 2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인 SK E&S도 1300억 원을 투자한 글로벌 사업인데, 11월 출범 예정인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법인이 해당 사업을 이어받게 됐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5개 주(州)에서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써밋 카본 솔루션'(Summit Carbon Solutions)은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토지수용 인허가 문제로 아이오와·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 등 각주 법원에서 한창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미국 중서부 5개 주(아이오와·미네소타·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네브래스카) 소재 57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최대 1200만 톤까지 포집·저장하는 프로젝트로 단일 사업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각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3200㎞에 걸친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 노스다코타주에 건설하는 지하 탄소저장 설비에 영구 저장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미국은 화석연료 저감을 위해 2005년부터 가솔린 차량에 바이오 에탄올을 최소 10% 이상 혼용해야 하는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RFS)를 시행 중이다. 바이오 에탄올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에 미국 정부는 CCS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시켜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한 기업에 탄소 배출권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써밋 카본 솔루션에는 미국의 바이오 연료 전문 기업, 파이프라인 운영 기업, 글로벌 사모펀드 운영사 등 각 분야의 유력 주체들이 참여했다. SK E&S는 지분 10%를 확보할 목적으로 2022년 1억10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규모 CCS 프로젝트 사업 참여로 글로벌 대형 CCS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나아가 탄소 배출권 등 인센티브까지 획득한다는 구상이었다.

북미 바이오 에탄올 CCS 프로젝트 개요(SK E&S 제공)

써밋 카본 솔루션은 당초 2023년 상반기에 이산화탄소 저장설비 및 파이프라인을 착공하고, 2024년 하반기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이 늦어지며 상업 운전 목표 시점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환경에너지리더(environmentenergyleader)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스다코타 대법원은 지난 8월 땅 주인 1000명이 제기한 토지 강제수용 소송에서 "써밋 카본 솔루션이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사유지를 수용할 수 있는 자격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달 아이오와주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승인했는데, 주마다 사정이 달라 사업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이다.

SK E&S는 CCS 사업이 탄소중립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인 만큼 해당 사업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경쟁 CCS 프로젝트들이 비슷한 사정으로 대부분 철수하면서, 써밋 카본 프로젝트의 CCS 프로젝트가 미 중서부의 유일한 사업이 된 점도 새옹지마가 됐다. 현재 써밋 카본 프로젝트가 계약한 에탄올 공장은 57곳으로 2년 전 32곳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SK E&S의 수익성도 더 커질 수 있다.

SK E&S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사업 일부가 지연됐으나, 파트너사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