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약점 '세금 장벽' 치웠다…'청약 성공률 확대' 승부수

경영권 방어 승부처 '해외 기관'…공개매수가 인상해 세금 부담 줄여
매수 물량 늘리고 청약 가능성 높여…"끝까지 완료" 철회 가능성 일축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세금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적 저항을 낮췄다.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MBK파트너스와 동일한 83만 원에선 승기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확실한 유인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특히 주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큰손 해외 투자자를 확보하겠다는 승부수다.

고려아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6만 원 인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는 83만 원으로 동일했다. 세금 등을 고려하면 유리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추가적인 공개매수가 상향 배경으로 꼽힌다.

일단 투자자들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고려아연 측의 소각 계획에 따라 이번 공개매수가 경제적 이익을 분배하는 '의제배당'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큰손으로 불리는 해외투자자의 경우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나라의 법인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반면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10%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법인을 두는 해외 기관투자자는 같은 공개매수가에선 세금 없는 MBK 측에 청약하는 게 유리하다.

이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MBK 측보다 6만 원 높아지면서 세금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잡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매수 물량 확대란 카드도 꺼냈다. 자사주 매수 물량을 기존 320만 9009주(15.5%)에서 362만 3075주(17.5%)로 늘렸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의 매수량(2.5%)을 합치면 총 20%다. 사실상 유통 주식 물량 전체를 매수 대상으로 상정했다. MBK(302만4881주)보다 많은 물량을 제시해 청약 가능성을 확대했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는 철회가 불가능하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행하고 완수할 것"이라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오는 23일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시장의 유통 물량을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