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허준이 이어 노벨상 한강…'삼성호암상'이 먼저 알아봤다

한강 작가, 지난 5월 삼성호암상 수상…소설가로는 11년 만에 선정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한강의 기적'은 한국 대표 기업이 먼저 알아봤다. 삼성 호암재단은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에게 '2024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여했다. 한강 작가는 4개월여 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호암상은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 유지에 따라 국내외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 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됐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도 꼽힌다. 학계에서는 삼성호암상이 기초과학·공학·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의 사회발전 및 한국 학계·예술계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도 삼성호암상에 '진심'이다. 회장 취임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시상식을 직접 챙기고 있다. 삼성호암상 운영과 학술·연구사업 지원을 위해 호암재단에 3년째 개인적으로 기부도 하고 있다.

수상자 선정에 대한 '혜안'도 돋보인다. 호암재단은 2013년(신경숙 작가) 이후 줄곧 미술·성악 등 다른 예술 분야 인사를 뽑았지만, 올해 11년 만에 소설가인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2021년 삼성호암상 수학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듬해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강 작가에 대한 선정 배경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과 비슷하다.

호암재단은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에 한강 작가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밀도 있는 언어로 표현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낸 한국 대표 소설가"라고 평했다.

스웨덴 한림원도 "한강은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첫 소설 발표 30년 만에 국내외 최고 권위 상을 휩쓸며 겹경사를 맞았다. 그는 삼성호암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삼십 년이 된 해"라며 "삼십 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