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D램 가격 HBM만 쑥쑥…삼성전자 탈출구는 결국 '엔비디아'

트렌드포스 "4Q 범용 D램 가격 0~5% 상승, HBM 포함한 전체 D램 8~13% 상승"
중국발 범용 D램 공급 과잉…'3분기 부진' 삼성전자, HBM으로 수익성 확보 관건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4.10.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올해 4분기 D램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은 상승하고 범용 제품은 정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범용 제품 부진과 HBM 시장 진입 지연으로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005930)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결국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공급이 본격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범용 제품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5% 상승하지만,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HBM을 포함한 전체 D램의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1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범용 D램 가격 상승률은 3분기 8~13%였으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자 수요 둔화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량 증가 등 영향으로 4분기에는 가격 정체가 예상된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량을 늘리면서 범용 제품의 공급은 감소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수요 부진을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공급을 본격화하지 못한 삼성전자에는 부정적인 환경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9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0조4400억 원)보다 12.8% 감소한 수치다.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낸 탓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HBM 수요 견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 △ 일회성 비용과 환율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도 "중국 CXMT가 LPDDR4X(6세대 모바일용 저전력 D램) 공급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공급 과잉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4분기 계약 가격이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선단 제품(7세대)인 LPDDR5X는 상대적으로 재고 수준이 적정해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아직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지난달부터 시작해 4분기 엔비디아 등에 공급을 시작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HBM은 제조 공정 난도가 높고 단가도 비싸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5조4685억 원,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 분기보다 23.7% 증가한 6조7644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와 함께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 분기보다 17% 늘어난 77억5000만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시장 전망을 뛰어넘었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올해 21%, 내년에는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특히 HBM3E가 HBM 비트 수요의 80%를 차지하고, 이 중 12단 제품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HBM3E 공급이 늦어질수록 삼성전자의 실적 불확실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이번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사과 메시지를 내고 대대적인 쇄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약속한 바 있어 대응책이 주목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