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보다 비싸게, 전부 사겠다"…최윤범 '마침표' 찍었다(종합3보)

영풍정밀 3.5만·자사주 89만…MBK-영풍보다 최대 16.6%↑
"고려아연 유통물량 다 산다"…청약 불확실성 없애 고지 선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박종홍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11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영풍정밀(036560)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동시 상향했다. 특히 자사주 공개매수 최대 인수 물량은 유통주식 전량인 20%로 확대했다. 금융당국의 우려를 반영해 매수가 상단을 90만 원 미만으로 잡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우월한 조건을 제시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승부수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오전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 원에서 3만5000원으로 16.6% 인상했다.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7.23% 높이고, 최대 수량은 17.5%로 기존보다 2%포인트(p) 늘렸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의 매수량(2.5%)을 합치면 총 20%로 사실상 유통 주식물량 전체를 매수 대상으로 상정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주주님들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청약에 마음 편히 응하실 수 있도록 매수 물량을 늘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며 "사실상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함으로써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고심이 담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특히 경영권 분쟁 과열을 우려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를 의식한 듯 "금일 의결 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과 언론 및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소지가 있다는 MBK-영풍 측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지난 2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합법적인 절차"라며 "의도적으로 시중에 유포된 잘못된 정보나 풍문에 흔들리지 마시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해달라"고 했다.

재계는 최윤범 회장이 '가격'과 '수량'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필승 카드를 꺼냈다고 본다. MBK-영풍 측(영풍정밀 3만 원·고려아연 83만 원)보다 훨씬 높은 매수가를 제시하는 동시에, 최대 인수 수량을 유통 주식 전체로 잡아 투자자들에게 '실패 없는 청약'을 보장함으로써 주주의 마음을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이다.

MBK-영풍 측의 영풍정밀·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로 최윤범 회장 측보다 최대 9일 빠르다. 통상 투자자들은 청약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공개매수 종료일이 빠른 쪽에 먼저 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더 매력적인 가격과 넉넉한 매수량을 제시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실질 유통 물량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일반 개인투자자를 합쳐 20% 안팎이라는 것이 고려아연의 추정치다. 고려아연 측이 "주주들은 청약 불발에 대한 걱정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주주들의 청약 편의를 위한 '온라인 청약'까지 마련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주관사로 KB증권을 추가한 점을 언급하며 "KB증권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청약이 모두 가능하다"며 "공개매수 청약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