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고지 점령한 최윤범…고려아연 경영권 사수 '남은 변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83만원에서 6만원 높여…물량도 20%로 확대
MBK·영풍 연합보다 가격·물량 우위 확보…마감일·법원 가처분 변수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010130)과 영풍정밀(036560)의 공개매수 가격을 MBK파트너스·영풍(000670)보다 높게 인상하며 경영권 사수를 위한 고지를 점령했다. 다만 가격 외에 '사법 리스크' 등은 변수로 남아 있다.
고려아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6만 원 인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상 물량 역시 기존 320만 9009주(15.5%)에서 362만 3075주(17.5%)로 늘렸다. 공동매수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물량 2.5%까지 더하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목표 물량은 20%이다.
투입 금액도 고려아연 2조 7000억 원, 베인캐피탈 4000억 원 등 총 3조 1000억 원에서 3조 7000억 원으로 6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고려아연이 3조 2200억 원, 베인캐피탈이 4600억 원을 부담한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은 83만 원, 물량은 최대 14.61%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성 발언 이후 MBK·영풍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최 회장 측이 가격과 물량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측과 같은 가격으로는 승산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시장에선 MBK·영풍의 공개매수에는 양도소득세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등의 세제상 차이로 MBK·영풍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변수는 공개매수 마감일과 법원 판단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일은 14일로, 고려아연의 마감일인 23일보다 9일 빠르다.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MBK·영풍 측에 주식 매도를 마무리하는 게 불확실성이 적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을 들어 불확실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의 대항 공개매수 가격도 인상했다. 영풍정밀은 영풍그룹 계열사지만 최 회장 작은아버지인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경영하고 있고,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한 축으로 꼽힌다.
최 회장과 최 씨 일가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 원에서 3만 5000원으로 5000원 인상한다고 정정 공시했다. 매수 예정 수량은 25%로 기존과 동일하다. 투입금액은 1181억 원에서 1378억 원으로 늘어났다.
영풍정밀 역시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가격은 최 회장 측이 높지만 마감일은 MBK·영풍에 유리하다. MBK·영풍의 마감일은 14일, 최 회장 측의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마감일은 21일이며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은 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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