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충전·전자파 완벽 검증…LG전자, EV충전 '유니콘'으로 키운다

평택 LG디지털파크 공개…현대차·테슬라 직접 구매해 충전 시험
의료용 모니터·프리미엄 사이니지 사업 강화…BS본부 2030년 매출 10조 '2배'

LG전자 전자파 시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을 테스트 하는 모습(LG전자 제공). ⓒ 뉴스1

(평택=뉴스1) 박주평 기자 = LG전자(066570)가 전기차(EV) 충전사업을 매출 1조 원 이상의 차세대 '유니콘' 사업으로 키워낸다. 현재 전기차 수요가 침체하여 있지만 화재 안전성과 전자파 방출량 등 철저한 품질 검증과 제품군 확대를 통해 미래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비즈니스설루션(BS) 사업본부는 EV충전 등 신사업과 더불어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 IT 등 기존 B2B(기업간거래) 사업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30년까지 현재 2배 수준인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LG전자 BS사업본부는 10일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서 기자간담회 및 시설 투어를 진행하고 이런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 매출 10조 원을 양대 축인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사업부와 IT사업부 80%, EV 충전과 로봇 등 신사업 10%, 소프트웨어 설루션 10%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방침이다.

'캐즘' 고비에도 최고 품질로 미래 보는 EV충전

이날 LG전자가 공개한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실차시험소'였다. LG전자가 지난 7월 준공한 실차시험소는 LG전자의 모든 전기차 충전기로 글로벌 차량 제조사들의 전기차를 직접 충전하며 화재 안정성, 전압/주파수 변환 안정성 등을 검증한다.

시험 차량은 LG전자가 직접 구매한다. 최근 과충전 등으로 인한 전기차 화재로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 검증을 진행한다.

시험소에는 총 350㎾ 급속 충전기 2대와 100㎾ 충전기 1대 등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고, 480㎾ 충전기 시험 공간도 준비 중이다. 또 전원변환장치를 통해 북미(480V/60㎐), 유럽(380V/50㎐) 등 글로벌 전원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현대차의 아이오닉6를 비롯해 BMW, 테슬라의 전기차를 대상으로 충전을 시험하고 있었다. 전압과 전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어 과전압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가스감지시설과 열화상카메라로 충전 중 차량 이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험소 외장재/지붕 등에 최대 1시간의 화염에 견디는 내화 재질과 화재 발생 시 차량 배터리를 5분 내 침수할 수 있는 설비 등이 적용됐다.

LG전자는 350㎾ 전기차 충전기까지 시험할 수 있는 전자파 시험소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인증기관 공인시험소로 지정되어 북미, 유럽의 인증을 자체 부여할 수 있다.

충전기의 전자파 방출량뿐 아니라 낙뢰, 과전압 등 충전기의 전자파 내구성을 비롯해 복잡한 전자파 환경에서 충전기의 성능까지 평가할 수 있다.

장익환 BS사업본부장은 "전기차 캐즘 상황에서 판매량이 많이 오르진 않고 있고, 충전사업자도 위축돼 있다"며 "LG전자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제품군과 사업 지역 확대 측면에서 현 상황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 말까지 미국 1위 사업자인 ABB와 대응한 수준의 제품군과 신뢰성 레벨을 갖춰야 한다"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전기차·배터리·충전 사업자가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내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전자의 차세대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와 'LG 매그니트(MAGNIT)'(LG전자 제공). ⓒ 뉴스1

프리미엄 사이니지·의료용 모니터…기술력 바탕 고성장

BS사업본부의 양대 축인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사업부와 IT사업부는 각각 호텔·병원 TV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의료용 모니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은 2019년 이후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는 최근 4년간 연평균 두 배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인다.

가정용 디스플레이는 베젤이 있어 크기가 제한되지만,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고객의 필요에 따라 크기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하드웨어 제품뿐 아니라 광고, 콘텐츠 관리, 원격 제어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설루션도 제공한다.

상업용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대형 LCD는 기존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철수로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 본부장은 "걱정되지만 길게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경쟁사는 LCD 정리 이후 사이니지 사업에서 중국, 대만 업체 등을 폭넓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니지는 LCD 의존도가 그렇게 높진 않다"며 "마이크로 LED에 집중하고 있고, 옥외용 제품이나 픽셀 피치가 낮은 중국 업체들의 제품에 우리 설루션을 어떻게 탑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T사업에서는 의료용 모니터 등 의료기기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해 임상용·진단용·수술용 등 총 14종의 의료용 모니터와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 6종 라인업을 구축했다.

의료용 모니터는 높은 밝기와 정확한 화질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북미와 유럽에서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제가 없다.

장 본부장은 "지멘스, 필립스 등 회사들이 이미 시장을 잡고 있지만, LCD 등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MRI 등 장비는 LG전자가 강점이 있는 인공지능(AI)이 많이 접목될 것이기 때문에 차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기내용 디스플레이도 역점 제품이다. 기내용 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화질은 물론, 가벼운 무게로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고 내충격·연소방지 등 엄격한 항공 관련 규격을 만족해야 하므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LG전자 BS사업본부장 장익환 부사장이 10일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LG전자의 비즈니스 솔루션(BS)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LG전자 제공).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