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습 노리는 崔, 주시하는 MBK…고려아연 '조용한 수싸움' 활활

연장전 돌입한 공개매수戰 '폭풍전야'…소강 분위기 속 '물밑 셈법' 치열
崔 회장측, 영풍정밀 11일·고려아연 14일 인상 관측…'결정적 한방' 노리는 듯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승희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조용한 수싸움'에 들어갔다. MBK-영풍의 종전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4일까지 경쟁적으로 매수가를 높이며 충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겉으로는 소강상태이지만, 주가 흐름과 시장 반응을 읽으며 공개매수가 인상 폭과 시점을 고르는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연장전 앞두고 정중동…'반전 카드' 물밑 셈법

9일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영풍정밀(036560)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논의했지만, 그 결과는 당일 발표하지 않았다.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더 높일 것이란 관측에도 이사회 일정 등 구체적인 사전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시장에선 최 회장과 고려아연이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하고 있다고 본다.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동일하게 맞춘 상황이라, 최 회장 측도 추가적인 맞불 인상이 불가피하다. 공개매수가 상향을 기정사실로 잡되, MBK-영풍 연합에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발표 시점을 따져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연장전에 돌입한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판세는 MBK-영풍 측이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는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모두 14일 끝난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의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는 21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 종료된다.

쌍방이 동일한 매수가(영풍정밀 주당 3만 원·고려아연 주당 83만 원)를 제시한 상태에서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가 7~9일 일찍 끝나는 셈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확실한 차익 실현을 위해 두 공개매수에 모두 응할 공산이 큰데, 먼저 공개매수가 끝나는 쪽이 목표 물량을 채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의 모습. 2024.10.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영풍정밀 11일·고려아연 14일 인상 유력…'반전 시나리오' 노린다

재계는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이 판을 흔들기 위해 '반격 카드'를 최후 순간까지 감췄다가 급습하는 형태로 매수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매수가를 상향하면 MBK-영풍도 가격을 높여 반격할 가능성이 있는데, 적어도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같아지도록 '룰 세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리코파트너스는 오는 11일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이 열흘 연장 없이 매수가를 조정할 마지노선이 11일인데, MBK-영풍이 즉시 가격을 높여 맞대응하더라도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도 21일로 연장돼 동일한 기간 조건을 갖출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반전 시나리오'가 이론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자공시는 통상 평일 오후 6시 전 접수된 보고서까지 당일 공표되는데, 최 회장 측이 의도적으로 정정신고서를 마감 직전에 제출한다면 영풍-MBK 측이 맞대응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리코의 대항공개매수는 21일,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24일 종료돼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14일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고려아연이 열흘 연장 없이 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기한은 13일인데, 12~13일이 주말이어서 실질적인 기한은 11일이다. MBK-영풍도 즉시 가격을 높이더라도 공개매수 종료일은 21일(고려아연 23일)로 조정돼 여전히 유리하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14일 매수가를 조정해 양쪽 모두 공개매수 종료일을 24일로 맞추는 것이 최선책이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 기간 외에도 가격, 수량, 세금 등 여러 변수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며 '마지막 대결'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쪽 모두 무한정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서로의 카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숨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