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과 D램 양쪽서 헤맸다…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 1위 '흔들'

엔비디아 공급 늦어지고 중국 레거시 D램 공급 확대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 전망치 6.7조…삼성 DS 5조원대 그칠 듯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부문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3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9조 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반도체 영업이익 1등을 SK하이닉스(000660)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밀리고, 범용 D램도 수요 부진과 중국산 물량 공세로 주춤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반도체 불황이었던 지난해 3분기보다는 274.5%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10조4400억 원)보다는 12.8%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주요 실적 하락 요인을 설명했다.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이 이번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서버/HBM 수요 견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 △ 일회성 비용과 환율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5세대 HBM(HBM3E)은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부연했다.

이는 시장에서 전망한 반도체 실적 부진 요인과 들어맞는다. 증권사들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는 적자가 이어지고, 메모리 사업도 일회성 비용 발생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경쟁사 대비 늦은 HBM 시장 진입과 거시 경제 부진에 따른 범용 D램 수요 부진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HBM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범용 D램은 수요가 부진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5조~6조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훈풍을 타고 좋은 실적 흐름을 보여 2분기와 달리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3분기 영업이익 왕좌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을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4분기부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납품하는 등 HBM 시장을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7559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8조3600억 원)가 SK하이닉스(8조3545 원)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3분기에서 격차가 벌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으로도 SK하이닉스가 1위에 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놓고 실적 부진을 사과하면서 재도약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가 있다"며 △기술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투자자와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