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권위자 정준혁 교수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한도 6.1조 맞다"
"임의적립금 공제, 상법에 없어…별도의 회사 정관 아니라면 공제 불필요"
MBK 586억 주장에…박기덕 사장 "배당가능이익 6조 이상에 직 걸겠다"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한도는 6조 987억 원으로 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010130)의 '배당가능이익'을 두고 논란이 인 상황에서, 국내 인수합병(M&A) 전문가가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 연합의 주장을 배척하는 견해를 낸 것이다.
정 교수는 이날 <뉴스1>에 "상법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은 직전 사업연도 순자산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빼서 산정한다"며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법에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놓고 MBK는 586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6조 1000억 원에 달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액수가 크게 차이 나는 건 '임의적립금'(임의준비금)을 배당가능이익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져서다.
하지만 배당가능이익의 구성요소를 정하고 있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에서 임의적립금을 빼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정 교수의 견해다. 정 교수는 금융위원회 법령해석 심의위원과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자문단 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국내 회사법 및 금융법 권위자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있던 시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M&A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 교수는 "회사 정관에 자기주식 취득 시 임의적립금을 공제하라는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제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정관상 중간배당에 대해서만 임의적립금 공제 규정이 있어 자사주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한도 계산식도 공개했다. 지난해(2023년) 말 기준 순자산 8조 7905억 원에서 자본금(1045억 원), 자본준비금(1조 5801억 원), 이익준비금(522억 원), 미실현이익(1476억 원) 등을 공제한 후 증권발행공시 규정에 따른 추가 조정을 거치면 총 6조 987억 원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정 교수의 해석과 궤가 같다. 대법원은 2021년 삼양화학의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판결에서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당기에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현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도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의미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의 '배당가능이익 586억 원' 주장이 시장을 교란·왜곡하려는 시도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배당가능이익이 6조 원 이상이라는 진실에 대표이사 직을 걸겠다"고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은 자본시장법과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가액 총액을 산정한 것"이라며 "이 계산 방식은 관련 법령과 감독 당국의 실무 지침을 따른 것으로 KT&G, 이마트, 포스코홀딩스 등 다른 대기업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자사주 취득 한도를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당한 경영 판단"이라며 "앞으로도 법령을 준수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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