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고가 매수로 재무악화?…소각시 ROE 9.6%로 상승

'경영권 방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최대 2.7조 투입…"취득 후 전량 소각"
MBK "이자만 1860억·부채비율 95%" 비판하지만…소각하면 자기자본이익률 좋아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최대 2조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존 6.7%에서 9.6%로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려아연이 2026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중장기 밸류업 로드맵을 상회하는 규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이날부터 23일까지 고려아연 자사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개시했다. 양측의 총투입금은 3조1000억 원, 주당 공개매수가는 83만 원이다. 고려아연이 15.5%,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이 2.5%를 확보한다.

고려아연은 자기자금 1조5000억 원에 차입금 1조1635억 원을 합친 약 2조7000억 원을 공개매수 대금으로 투입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이사회 결의에 따라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최대 7% 고금리의 2조7000억 원 차입금으로 진행되는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의 배임 등 법적 리스크 외에도 금전적·재무적 차원에서도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까지 적지 않은 피해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차입금을 통해 2조7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하면 고려아연 순자산이 27% 감소하고, 기존 기업어음(CP) 4000억 원을 더해 총 부채비율이 9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입금 3조1000억 원의 연간 이자비용은 186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자사주 2조7000억 원 상당을 소각하면 자기자본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고려아연의 별도 자본총계는 8조7905억 원, 순이익은 5856억 원으로 ROE는 6.7%이다. 자사주 소각을 가정하면 자본총계는 6조905억 원으로 30.7% 줄어 ROE가 9.6%로 높아진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기업이 주주 자본에서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를 나타내는 지수로,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가치 제고) 지수' 산정의 핵심 지표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3년 평균 ROE 9%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ROE 향상 중심의 주주환원책은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독려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000670)은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430억 원의 순손실(자본총계 1조7100억 원)을 내 ROE -2.5%를 기록 중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