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오늘 분수령…주가·청약률이 승패 가른다
청약지분 7% 땐 MBK-영풍 勝…고려아연 83만원 승부수 통할지 주목
MBK 2차 가격 상향 땐 '연장전'…영풍정밀 공개매수 향배도 관심사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4일 '운명의 분수령'을 맞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공개매수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고려아연 주가와 청약률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영풍정밀의 지분 경쟁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재계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4일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30분 끝난다. 고려아연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함께 이날부터 23일까지 총 3조 1000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자사주를 주당 83만 원에 공개매수하며 대항에 나선다.
공개매수 기간에 상대방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초 사례다. MBK-영풍은 한차례 가격을 높인 주당 75만 원에, 고려아연-베인캐피탈은 10.6%(8만 원) 높은 83만 원을 제시하고 있어 승패는 이날 장중 주가와 기관투자자의 선택에 달렸다.
고려아연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71만3000원으로 양측이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수준인데,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개시하면 주가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장 마감 전까지 청약 지분이 6.98%(최소 수량)를 넘으면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쟁탈하게 된다.
반면 청약 지분이 6.98%를 밑돌면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게 된다. MBK-영풍보다 높은 매수가를 제시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승부수가 먹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8만 원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도 MBK-영풍의 공개매수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하지만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높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앞서 MBK-영풍은 기존 66만 원이었던 공개매수가를 75만 원으로 높인 바 있는데, 이날 청약률과 주가 흐름을 보고 2차 가격 상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최종 승패는 오는 6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일은 4일로 끝나지만, 실질적인 공개매수 거래일은 6일이다. 공개매수 가격 정정신고서는 장 마감 이후 또는 주말에도 제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10일 연장된다.
MBK-영풍이 가격을 추가 상향한다면 고려아연도 가격을 높여 맞불을 놓을 공산이 크다. 고려아연은 3조1000억 원의 실탄을 조달했는데, 금융권으로부터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조달할 여력이 있어 '쩐의 전쟁'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인 영풍정밀(036560) 공개매수 향배도 초유의 관심사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다. 영풍정밀을 갖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고려아연 의결권 3.7% 우위에 서기 때문에 양쪽 모두 놓칠 수 없는 지분이다.
MBK-영풍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20% 상향한다. 앞서 2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한 차례 높였는데, 최윤범 회장 측이 주당 3만 원으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자 같은 가격으로 맞불 인상을 하며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시장에선 MBK-영풍이 '동일 가격, 우위 조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보고 있다. MBK-영풍은 영풍정밀의 유통주식 물량 전체인 684만801주(43.43%)를, 최 회장 측은 25% 물량인 393만7500주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MBK-영풍에 대한 청약확률은 100%인 반면, 최 회장 측 청약확률은 57.6%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추가 상향해 종료일이 오는 14일로 연장된 만큼, 일단 주가 변동과 청약 흐름을 보며 대응 전략을 짠다는 분위기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과 달리 개인주주 비중이 높아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최 회장 측이 조기에 가격 인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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