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 대장은 'SK 첫 양산' HBM3E 12단…변수는 공급과잉

트렌드포스 "내년 수요 80%는 5세대 HBM3E, 그중 절반은 12단"
일각서 생산량 증대 따른 공급과잉 전망…"고객맞춤형 생산이라 우려 적어" 반론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HBM3E 12단 신제품.(SK하이닉스 제공) ⓒ News1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이 내년 HBM 시장 수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업체들이 저마다 HBM 생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사와 물량을 협의해 생산해 실제 공급과잉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플랫폼이 더 많은 차세대 HBM 제품을 채택함에 따라 내년에는 HBM 비트 수요의 80%를 HBM3E가 차지하고, 이 중 12단 제품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주요 AI 기업들이 주문하는 주류 제품이 되면서 HBM3 등 이전 세대 제품들의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부터 현존 HBM 최대 용량 36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신제품은 4분기부터 고객사에 납품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HBM 최대 공급업체로, HBM3E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제품군인 블랙웰 시리즈의 B200, GB200에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내년도 물량 발주가 끝난 상황에서 내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비트 생산량에서 HBM의 비중이 올해보다 2배 증가한 10%에 달하고, D램 시장에서 수익에 대한 기여도도 30%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등 일각에서는 HBM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한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심의 HBM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렌드포스도 메모리 업체들이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의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내년에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TSV는 여러 개의 D램 칩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이를 수직 관통 전극으로 연결해 HBM의 초고속 성능을 구현해 주는 핵심 기술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말 월 12만장인 TSV 생산량을 내년 말에는 40% 증가한 17만 장으로 늘리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생산량을 25% 늘릴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HBM의 공급과잉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PC 등 OEM이 재고를 비축하는 범용 D램과 달리 HBM은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 맞춤형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025년 HBM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고 올해 실적설명회에서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도 최근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약 10조4000억 원)이 견조한 HBM 실적을 기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2025년 HBM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범용 D램 역시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제조사들이 HBM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이 제약되는 것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고정거래가격 기준이 되는 제품은 DDR4인데, 선단공정 제품인 DDR5는 DDR4 대비 가격의 하락 폭이 크지 않고 중국 업체들의 공급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