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의결…최윤범 회장 오후 긴급회견(종합)

법원, 영풍측 가처분 기각 직후 이사회 열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안건 의결
영풍-MBK 공개매수가격보다 높게 책정할 듯…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도 돌입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고려아연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2일 '자기회사주식(자사주) 공개매수' 방식으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항하기로 했다.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 이후 고려아연 측이 본격적인 경영권 사수 '행동'에 나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법원이 이날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는 MBK-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르면 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0만~85만 원으로,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현재 주당 75만 원)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취득한 자사주는 향후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업계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영풍-MBK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킨다는 전략을 짰다고 해석한다. 영풍-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는 시그널을 던졌다는 것이다. 시장이 반응할 경우 4일까지 진행되는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최소 수량(6.98%)에 미달,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의결 계획을 밝히면서 "이를 통해 단기 차익과 수익률 극대화만을 노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핵심기술과 인력을 보호하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따른 경영권 위협 사태 이후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입장과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 등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도 함께 참석한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이날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도 시작했다.

최 회장 등 최 씨 일가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393만 7500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5%에 해당하며 주당 3만 원으로 총 1181억 원이 투입된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가인 주당 2만 5000원보다 20% 높다.

최 회장 측은 이번 대항공개매수를 통해 영풍정밀 지분율을 기존 35.31%에서 최대 60.3%로 확대, 영풍정밀에 대한 지배력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영풍정밀은 영풍그룹 계열사지만 고려아연 최 씨 일가 지분이 영풍 장 씨 일가보다 많고, 최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최창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MBK 측이 고려아연은 물론 영풍정밀까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