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국회 첫 국감에 기업인 무더기 소환…'망신 혹은 병풍' 도졌다

정의선·김동관·한종희·전영현·장재훈 등 주요 그룹 총수·경영진 불러
과방위는 기업인만 161명…재계 "막무가내식 호출 아니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에 관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오른쪽은 윤한홍 정무위원장. 2024.9.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최동현 기자 = 여야가 다음 달 7일부터 약 한달 간 열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올해도 기업인을 불러 놓고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 '병풍 세우기' 혹은 일방적 호통만 치는 '망신 주기' 국정감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인 108명과 참고인 53명 등 총 161명을 무더기로 채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4대 그룹 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포함됐다. 정 회장은 KT 최대 주주 변경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관련 참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무위원회는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소유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화는 김 부회장의 정무위 증인 채택 후 입장을 내고 "한화그룹은 적법 절차에 따라 정도 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편법이나 부당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사항이 없으며 향후에도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 친인척 부정대출 관련)과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금융사고 및 지배구조 관련)도 정무위 국감에 소환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도 참고인으로 채택해 산업기술유출 예방조치 및 점검 방안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장재훈 현대차 사장(대기업·중견중소기업 교란행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카카오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 불편) △김영섭 KT 대표(한전 원격검침 인프라 구축 모뎀사업 관련) △방경만 KT&G 대표(불공정 판매 강요 문제) △강한승 쿠팡 대표(자사 우대 노출), 피터얀 반데비트 우아한형제들 대표(소상공인 배달 수수료 관련) 등도 국감장에 나올 예정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부른다. 낙동강 핵심 오염원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취지다. 안 와르 알 히즈아지 S-OlL 대표이사도 사업장 탄소 다배출 등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은 산업재해 발생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토위원회에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가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류긍선 대표(배회영업에 대한 가맹택시 수수료 부당징수 관련)와 김병주 회장(고려아연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지역사회 우려 해소 방안)은 국토위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마크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휴대폰 긴급전화 서비스 문제와 관련해서다. 장재훈 사장은 경찰 순찰차 납품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는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행안위 국감장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은 사실상 이날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일반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출석 통보는 국감 7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 기업인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기업인에게 반드시 소명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면 국감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는 게 온당하다"면서도 "올해는 과거처럼 막무가내식 호출이 아니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