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길고 긴 '사법 족쇄'…부당합병 2심 이번주 첫 공판

30일 항소심 첫 공판…1심 전부 '무죄'에 검찰 항소
사법리스크에 경영활동 제약…"신속 재판 필요"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나서고 있다. 2024.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첫 공판이 이번 주 열린다.

총수인 이 회장이 4년여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사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예고했던 대형 M&A(인수합병) 등 신성장동력 찾기도 주춤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앞길은 물론 재계나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이번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년째 사법 리스크…'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 1심선 무죄

29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오는 30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2심 첫 공판을 연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 회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첫 공판인 만큼 당일 재판은 증거조사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028260)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도 제기했다. 당시 제일모직 최대 주주는 이 회장이었다.

앞서 1심은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2심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4년째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는 상태다. 앞서 1심 재판은 2020년 10월 첫 공판부터 선고까지 3년 5개월간 107차례 열렸다.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등 중요 일정은 제외하고 총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항소심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심 재판부는 내년 2월 법관 인사 전까지 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2심 결과에도 불복해 상고하면 최종 판단까지 2~3년 더 걸릴 수 있다.

사법리스크 속 경영보폭 위축…설상가상 경기침체에 주력 사업 타격

총수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이 회장이 수년간 서초동에 발이 묶여 경영 보폭이 작아진 사이 회사도 보수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까지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도 부침을 겪었다. 반도체에 대한 타격이 상당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연간 적자는 14조 원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업황이 회복되면서 실적이 반등했지만,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 우려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인공지능(AI) 메모리는 경쟁사에 선두를 내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1위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샤오미나 미국의 애플 등이 맹추격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한때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대한 고민도 길어지고 있다. 대형 M&A를 추진할 실탄이 충분한데도 주판알만 튕기는 상황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등 자산은 100조 7955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는 삼성전자의 도약과 혁신을 더디게 한 원인 중 하나"라며 "앞서 3년 넘게 1심을 진행한 만큼 신속한 항소심 진행으로 한국 대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