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시 기술인력 퇴사""전범기업 손잡느냐"…고려아연 전쟁

고려아연, 첫 기자회견 열고 MBK·장형진 날선 비판…MBK "트로이카 드라이브 지지"
영풍 "최윤범 회장, 日 스미모토상사 접촉" 비난…고려아연 "허위사실에 법적 조치"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9.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박종홍 기자 = 영풍(000670)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 계획 일정이 절반을 넘기면서 양측 공방전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격화됐다. MBK가 기자회견을 연 지 닷새 후에 고려아연도 맞불을 놓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50년 동안 축적한 사업의 기술을 강조하고 MBK의 무능함과 경영권 인수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고려아연 첫 공개 회견…"MBK 인수시 핵심 기술인력 다 퇴사"

이제중 고려아연 CTO(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술 분야 임직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의 절반이 지난 시점이다. 지난 13일 MBK는 다음 달 4일까지 총 22일(휴일 포함) 동안 고려아연의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MBK 기자회견과 입장문에 대한 반박에 주력했다. 그러다 공개매수 기간 전환점을 돌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40년 고려아연맨'으로 불리는 이제중 부회장이 첫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부회장은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며 "우리의 기술과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돈'뿐"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장 고문의 경영 무능을 직격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MBK 입장을) 믿지 않는다"며 "우리 기술자들은 거기(MBK 인수 후)에 안 가고 다 그만둘 것"이라고 맞섰다.

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고려아연 임직원, 노동조합, 고객사, 협력업체에 올리는 글'을 통해 최윤범 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국 기업에 매각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선을 긋고 진화를 시도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노력으로 일군 미래 사업인 자원 재생, 신재생에너지, 전기 배터리 소재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지지한다"며 "오늘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권 인수의 타깃이 최윤범 회장 개인이라는 점을 강조, "회사의 소중한 재산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허투루 사용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회사 재산의 사적인 유용은 성장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영풍 "최 회장, 전범기업 손잡나"…고려아연 "허위사실 법적 조치"

고려아연과 영풍의 여론전은 '전범 기업' 접촉 논란으로 확산됐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본 스미토모 상사나 소프트뱅크를 접촉한 것을 문제삼았다.

영풍은 이날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중국계 자본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본인들은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과 '라인야후 경영권 강탈' 논란을 일으킨 일본 기업과 손잡으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스미토모에 대해선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전범 기업 287개 사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추측성 소문을 근거로 거짓 허위사실까지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일부에서 나온 추측성 보도를 근거로 전범 기업과 접촉하고 손을 잡으려 한다고 주장하며 당사를 음해한 영풍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