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영풍 사태' 입 연다…최윤범 '믿을맨' 이제중 등판

오는 24일 기자회견 검토…MBK·영풍,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 결정 날
40년 간 회사 성장 이끈 이제중 나설 듯…최윤범은 재계 우군 확보 중

이제웅 고려아연 부회장(고려아연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 19일 MBK와 영풍 기자간담회의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40년 넘게 고려아연에 몸담으며 온산제련소를 일구고 최윤범 회장의 멘토 역할을 하는 '믿을맨' 이제중 부회장이 직접 나설 예정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의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동업 관계였던 영풍과 고려아연이 갈등을 빚게 된 이유와 세계 비철금속업계 1위인 고려아연의 경쟁력 등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중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주도한다. 이 부회장은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40년간 회사의 성장을 이끈 인물로, 최윤범 회장의 삼촌인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40년 넘게 고려아연에 몸담으며 영풍과 고려아연의 2·3세를 모두 겪었고, 공동경영의 역사와 최근 갈등 상황의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세계 1위 온산제련소를 사실상 만든 인물이기도 한 만큼 핵심 기술력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국가기간산업을 운영해본 적 없는데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달리 각종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문제로 논란이 큰 만큼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이끌 역량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24일 기자회견을 잡은 점도 공교롭다. 이날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데드라인이다. 자본시장법상 이날까지 공개매수가 가격 인상을 결단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기간을 추가로 10일 연장해야 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가를 띄워 MBK·영풍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공개매수 기간 자체를 늘리려는 '한 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선언 이후 32% 급등해 이미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보다 11.4% 높게 형성됐는데, 추가로 주가가 오르면 MBK도 공개매수가를 높여야 한다. MBK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면 최윤범 회장은 우군 확보와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최 회장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직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세계적 투자사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과 접촉하고, 현대자동차·LG화학·한화 등 '백기사'(우호지분)와도 물밑 접촉하는 등 발 벗고 나선 상태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등 친분이 두터운 '재계 인맥'도 총동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MBK 공격을 받았던 한국앤컴퍼니를 비롯해 LG화학 등 일부 우호세력은 최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한화그룹은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