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피부 여드름인 줄 알았더니…"악성 종양 주의"[고려앤벳]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병원 증례 소개
- 이기쁨 수의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이기쁨 수의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블리(가명)는 10살 된 암컷(중성화 완료) 샴고양이다. 보호자는 어느 날 블리의 등 한가운데 직경 1㎝가 안 되는 작은 혹(종양)을 발견했다. 고양이가 긁었는지 겉피부에 딱지가 앉은 상태여서 염증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에서 연고와 소독약을 처방받아 관리해왔다.
블리는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5.6㎏의 몸매는 약간 토실한 정도였다. 기본 항생제 처방을 하고 경과를 지켜봤다. 아무는 듯하다가 딱지가 떨어지면서 궤양성 병변이 생겼다. 정상적인 염증회복과정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제거 후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
흉부방사선촬영 결과 좌측 폐후엽에 폐종양이 확인됐다. 전신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는 전신근육 내 다발성의 종양이 발견됐다.
1㎝가 채 안 되던 종양은 조직검사 결과 악성선암종으로 진단됐다. 보호자는 종양에 대한 추가 조직검사 후 항암이나 수술 진행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블리는 식욕활력 감소와 급격한 체중감소로 다시 내원했다. 진단 두 달째 처음 5.6㎏이었던 체중은 4.7㎏으로 감소했다. 사람으로 보면 20㎏ 정도 체중이 감소한 셈이다.
손 쓸 겨를 없이 암은 전신으로 퍼져갔다. 팔다리 근육과 뼈에까지 침윤이 돼 통증이 심했다. 진통제도 복용하기 힘들어 심한 날은 주사를 맞으러 내원하기도 했다.
결국 블리는 갑작스러운 쇼크와 허탈증상으로 응급 내원했다. 안타깝게도 급성 심정지가 오면서 고양이별로 떠났다. 여드름인 줄 알았던 피부종괴가 발생하고 100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병원에서는 몸에 혹이 있는 환자(환묘)에게는 기본 건강검진 후 초기에 혹을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건강하게 보여도 종양환자와 노령묘 건강검진 시 전신 CT 스크리닝 검사를 꼭 같이 할 것을 당부한다.
고양이에게 암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히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오랫동안 간접흡연환경에 노출돼 임파선암이나 피부상피암종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이 피부암종발생과 연관 있고 유전적으로 취약한 개체도 있다고 한다.
만성적으로 염증이 지속된다면 종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비염이나 주사부위 염증 등이 악성종양으로 진행됐다는 케이스도 있다. 바이러스 보균상태에서 암유발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눈에 띈다.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 고양이면역결핍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양이는 면역력이 약한 동물이다. 피부에 혹이 생기면 지켜보다가 검사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그리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 이미 치료가 늦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1㎝가 채 안 되는 종양이 악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바로 검사를 하고 제거를 해 주는 것이 추후 광범위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고양이 얼굴이나 발가락, 등이나 배, 유선 등에 손으로 만져지는 몽우리가 있다면 곧바로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는 아파도 감추려는 습성이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해서 보호자와 오래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해피펫]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이기쁨 고양이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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