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최대 공기 중 탄소포집 시설…지열 탄소 '쏙'
[북유럽발 기후 미래] ③현무암에 저장…"2050년 10억톤 제거"
美 IRA 세액공제로 지원…韓은 충남서 '테스트 중'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레이캬비크·헬리셰이디=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9월 4일,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의 낮 기온은 최고 11도를 밑돌았다. 최대 풍속은 초속 15m 이상으로 체감온도는 2~5도에 머물러 쌀쌀했다.
땅 밑 상황은 달랐다. 아이슬란드 남서부를 대표하는 활화산 '헹길'(Hengill) 지대에 위치해 지하 1000~2000m 아래에는 180도 이상의 지열이 상시 끓는다. 이런 자연환경을 활용해 아이슬란드는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DAC) 등 탄소중립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막심 윌리엄스 클라임웍스 수석 공장책임자는 세계 최대 DAC 설비인 매머드(Mammoth)를 소개하며 "탄산 강도가 높은 탄산수를 만드는 것하고 비슷하다"며 "황화수소(H2S) 등이 섞여 있기 때문에 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매머드는 공기 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864대의 송풍기가 공기를 빨아들이면 필터가 대기 중 0.04%가량인 이산화탄소를 고정한다.
클라임웍스는 2021년 첫 DAC 설비인 '오르카'(Orca)를 실전에서 활용한 데 이어 올해 5월 오르카 9배 용량의 매머드를 처음 가동했다. 연간 3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데, 8600대의 내연차를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다.
붙잡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역할은 현무암이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아이슬란드 에너지·환경 공기업 '레이캬비크 에너지' 자회사 카브픽스(Carbfix)가 책임진다.
공기 중 탄소 포집은 클라임웍스가, 땅 밑으로 집어넣는 건 카브픽스가, 여기에 사용되는 재생 에너지는 레이캬비크 지열발전 자회사 '온 파워'(On Power)가 각각 도맡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갖췄다.
매머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은 DAC 기술의 큰 진전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정부처럼 탄소중립 계획(NDC)에 DAC 활용(740만 톤 감축)을 명시한 국가에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클라임웍스에도 한계는 있다. 매머드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연간 3만 6000톤)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374억 톤)의 0.000096%에 불과하다. DAC 등 탄소 포집 기술이 탄소 중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훨씬 대규모로 확대되어야 하며, 현재 탄소 제거 톤당 1000달러 안팎인 비용도 2050년까지 100달러대로 낮추는 등 경제성도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수석은 "2050년까지 연간 1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도록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가격 또한 사업 확장을 통해 하향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에 클라임웍스의 DAC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값싼 지열 발전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클라임웍스 측은 재생에너지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CF100) 확대가 "DAC에 기술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올라푸르 아라손 레이캬비크 에너지 지열 부문 대변인은 "현무암 지대의 조건이 갖춰진 곳이라면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열을 활용 중인) 아이슬란드 외 지역에서 도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제주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용량의 DAC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 미국의 글로벌 서모스탯 등도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글로벌 서모스탯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카본 엔지니어링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수석은 "다양한 기후조건에 맞춘 설루션을 개발했다. 현무암 내 영구적 저장의 독창적 방식이 타사와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DAC가 실증 중이다.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는 미국 스타트업 캡처6, 부강테크 등과 함께 충남 대산임해산단 해수담수화시설을 활용해 연간 1000톤의 탄소를 포집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캡처6 측은 "테스트베드 실증이 성공해 향후 본 시설로 확장할 경우 연간 50만톤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에서 생산되는 수소, 염산, 탄산칼슘 등을 대부분의 화학제품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저탄소·국산 제품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ac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첨단 기술은 막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 기후·환경 선진국 북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