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한가위는 '폭풍전야'…3년 치 임금교섭 내달 재개
'조합원 3만6천명' 전삼노, 대표교섭권 확보가능성 높아
노조 지도부 피소, 경쟁사 대비 처우 불만 등 악조건 늘어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삼성전자(005930) 노사 갈등이 다음 달 대표교섭노조 선정 후 임금교섭이 재개되면 다시 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체결하지 못한 2023년, 2024년에 더해 내년도까지 3년 치 임금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와의 복리후생 비교, 노조 지도부에 대한 사측의 형사고소 등 불씨가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삼성전자 사측에 교섭을 신청한 노조들 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대표교섭노조가 확정돼 노사 임금교섭이 재개될 전망이다.
3만600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최대 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제4노조)가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하고 1년간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5노조) 등 5개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청한 상태다.
노사는 2023년, 2024년 임급교섭을 아직 체결하지 못한 채 내년도까지 3년 치 임금교섭을 진행해야 해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전삼노와 사측은 지난 7월 말 집중교섭을 통해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으로 최종 안건을 도출했지만, 전삼노가 조합원 대상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교섭을 신청한 각 노조는 자율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진행하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반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과반수 노조임을 통지하게 된다. 이때 다른 노조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섰던 전삼노는 재개될 임금교섭을 벼르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복리후생 수준이 낮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전삼노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복리후생 비교자료가 게시돼 있다.
성과급이 대표적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기준을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바탕으로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전 직원에게 월 기본급 1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별개로 추석 전 격려금 350만 원도 지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사업부 75%, 생활가전 25% 등 사업부별 성과급이 차등 지급됐다.
삼성전자 사측이 전삼노 집행부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점도 갈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손우목 위원장, 이현국 부위원장, 이태윤 사무국장 등 전삼노 지도부 3명을 경기 화성시 동탄경찰서에 업무방해 등 3개 혐의로 고소했다.
전삼노는 지난 7~8월 사업장별 노조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전삼노는 "사측이 형사고소를 통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고 반발했다.
재개될 임금교섭에서 사측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삼노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조정 중지, 쟁의권 확보, 파업 찬반투표 등 절차를 밟아 다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 사업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파업은 경쟁력 악화를 야기하는 만큼, 노사 모두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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