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에 '현금 지원' 급물살…'글로벌 칩워' 보급로 확보

직접 보조금 담은 '반도체특별법' 당정협의 마무리 단계…美·유럽 등은 수십조 지원
보조금 지원시 시기·규모 관건…달라진 분위기에 업계도 "이제 해볼만" 기대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위협받던 'K-반도체'가 드디어 글로벌 '칩워'(반도체 전쟁) 참전 채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숙원이었던 반도체 직접 보조금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나 홀로 분투하던 기업들은 반색하고 있다.

17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직접 보조금 지원 근거를 담은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사건건 으르렁대던 여야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 한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미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처리 의지도 강하다. 고 의원은 지난 11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인도와 대만, 중국까지 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을 퍼부으며 (반도체 산업이) 국가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다"며 직접 보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지원에 한목소리를 내는 민주당도 직접 보조금 지급 조항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투자세액공제 확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애초 재정 악화를 이유로 직접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입장이 다소 달라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보조금이 필요한데 정부가 주지 않을 경우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이 됐든 검토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관련 협의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국들은 이미 수십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390억 달러(약 53조 원), EU는 430억 유로(약 64조 원)를 투입하고 있다.

반도체 재부흥을 꿈꾸는 일본도 2조 엔(약 17조 원)을 책정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룡' TSMC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액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이 시설투자를 할 경우 대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세제혜택을 준다. 세액공제 일몰 기한도 2027년까지로 한시적이다.

현장에서는 줄곧 직접 보조금 지급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는 메모리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집적도를 높이는 것은 R&D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며 설비 투자로 팹(FAB, 공장)을 늘려 양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신규 팹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20조 원에 달하는데 세제혜택과 같은 형태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미국이나 일본이 (보조금 형태로) 설비투자 지원을 해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보조금 지원과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세액공제보다 직접 보조금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해 왔는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여 기대가 된다"며 "실제 지원 여부, 지원 시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충분히 겨뤄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