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팔거나 끄거나"…석화업계, 불황 장기화에 생존 몸부림

中 공급과잉에 밀려 비주력사업 매각…가동률 줄이는 특단 조치
범용 대신 스페셜티 전환 가속…"반도체·이차전지 소재로 재편"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적자에 허덕이는 석유화학업계가 비주력 사업 매각과 공장 가동률 축소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뚜렷한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수익성 낮은 범용 사업 대신 수익성 높은 스페셜티 전환 필요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464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에 기록한 적자(744억 원)보다 수익성은 악화했다.

올해 석유화학 침체는 중국의 공급과잉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공격적인 증설로 몸집을 키웠는데 내부 소비가 부진하자 남은 물량을 해외로 풀면서 전체적인 시장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화학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의 지난주 수치는 톤당 193달러다.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팔아도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다.

업계는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LG화학(051910)의 올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81.8%다. 지난해 동기(76%)와 비교해 개선됐지만 불과 3년 전인 2021년(91.9%)과 비교해 10%p가량 낮은 수치다.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의 PET 제품의 공장 가동률은 51.3%에 불과했다.

생산을 줄이는 조치는 공급과잉 앞에선 유명무실했다. LG화학(석유화학 부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9조 1562억 원)을 고려하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은 영업손실 361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증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오는 2030년까지 예정된 중국의 에틸렌 증설 규모는 17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전체 증설의 44%에 달하는 물량이다. 중국 내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 추정치가 70%대라는 점도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공장 가동률 정상화와 증설까지 더해진 물량은 석유화학 시세를 끌어내릴 수 있어서다.

결국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과 편광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 사업을 1조 982억 원에 매각했다. 편광판은 일정한 방향의 빛만 통과하는 얇은 필름이다. 이와 함께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파키스탄 법인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현지 기업과 1923억 원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불발됐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대형 생산단지인 LC 타이탄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몇몇 기업들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투자를 늘리고 위기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이달 삼양사(145990)는 1400억 원을 투자한 울산 스페셜티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선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생산한다. 롯데정밀화학(004000)은 올해 상반기에 세계 1위 생산 규모를 보유한 TMAC(반도체 현상액 원료)의 추가 증설을 완료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중국의 증설에 취약했다"며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중심의 사업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