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MSC 손잡은 HMM…왜 '동맹' 대신 느슨한 '협력'일까

내년 2월부터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새출발…MSC와는 협력관계 구축
EU 규정 변경으로 동맹 점유율 30% 넘기면 제재 우려…"HMM 독자 경쟁력 늘려야" 지적도

HMM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HMM(011200)이 세계 1위 선사 MSC와 손을 잡으며 새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MSC는 동맹이 아닌 협력 형태를 구성했는데, 유럽연합(EU)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HMM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일본 ONE·대만 양밍과 신규 해운동맹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스위스 MSC와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독일 하팍로이드가 디 얼라이언스를 탈퇴해 덴마크 머스크와 협력을 맺기로 하며, HMM·ONE·양밍 등 기존 3사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새출발한 것이다.

세계 5위이자 유럽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빈자리가 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럽 노선은 기존 8개에서 11개로 강화됐다. MSC가 4년간 아시아~북유럽·지중해 항로 내 9개 노선에 선복교환 형태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MSC와 '동맹'이 아닌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해운동맹은 해운사들이 노선이나 선박 등을 공유하고 운임을 협의해 과잉 경쟁을 막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반면 선복교환으로 일컬어지는 협력은 서로 간의 선박의 빈 공간을 교환하는 느슨한 형태다.

앞서 디 얼라이언스를 탈퇴한 하팍로이드도 2위 머스크와 제미나이 협력을 구성했고, 업계에서는 3위 CMA CGM(프랑스)·4위 코스코(중국)·6위 에버그린(대만)이 뭉친 오션 얼라이언스도 사실상 협력이라고 판단한다.

글로벌 선사들이 잇따라 체질을 개선한 것은 올해 4월부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EU의 '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CBER)'의 영향이 크다.

해당 규정은 중소선사들이 연합해 대형선사와 경쟁하도록 만들자는 취지에서 2009년 도입됐지만, 이후 글로벌 해운업계가 불황을 거쳐 소수의 대형선사 위주로 재편되며 기능을 상실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시장 점유율 30%를 넘긴 해운동맹이 반독점 규정을 적용받도록 해운업을 CBER 대상에서 제외했다. 상황에 따라 EU는 동맹을 해체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역시 이를 의식해 덩치가 큰 MSC와는 협력을 맺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별도의 사업체로서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시장 점유율로 계산하지 않아 규정을 회피할 수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 기준 MSC는 단독으로도 시장 점유율이 20%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ONE 6.3%·HMM 2.8%·양밍 2.3%)의 11.4%를 더하면 30%를 넘긴다.

글로벌 해운업의 판도가 점차 동맹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HMM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HMM은 2030년까지 현재 86만TEU(6m 컨테이너 1개)에서 155만TEU로 선복량을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5%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하고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 사업에 진출해 종합 물류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