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 넣으면 귀족, 육분으로 만들면 평민 사료?…따져봤더니

[사료백과]가격보다 안전성과 영양 균형 확인해야

편집자주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자리잡으면서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퍼진 잘못된 정보와 전문가마다 다른 의견 등으로 인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해피펫은 사료 선택에 도움을 드리고자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코너를 연재합니다. 국내외 사료 산업의 역사부터 관련 법규, 제품, 기업 정보 등 사료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비쌀수록 더 좋은 사료일까.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귀족급 사료가 성분이 당연 더 좋겠죠."

"내가 먹이는 사료가 '평민' 사료라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한 강아지 건사료 등급표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등급표는 30여개의 사료를 브랜드별로 '노예, 평민, 귀족, 왕족' 순으로 분류해 놓고 제품에 대한 짧은 평가를 써놓았다.

누가 어떤 근거로 만든 것인지 해당 등급표의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왕족, 귀족에 포함된 사료들의 특징은 짐작할 수 있다. 육분(고깃가루)보다는 생육을 주로 쓴, 고가의 제품이란 것이다.

판매가격을 직접 계산해 봤다. 노예 등급에 속한 저가형 사료에 비해 귀족, 왕족에 속하는 사료의 가격은 낮게는 3배에서 20배까지 차이가 났다.

고가의 제품 설명에는 '신선한 생육 최대 함유' '휴먼 그레이드' '자연식' '천연' 등의 문구가 주로 쓰여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사료가 반려동물 건강에 정답이 아니라고 입 모아 얘기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비쌀수록 반려동물에게 좋은 사료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보호자가 사료를 택할 때 고가의 제품이 더 좋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곤 한다"며 "비싼 것을 고르는 것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정답이 아니다"라고 입 모아 전했다.

한국마즈 학술팀장인 심용희 수의사는 "고급 원료를 썼다는 제품의 미사여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재료의 우수성이 영양 균형의 우수성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재료의 우수성을 표현하는 문구의 정의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마케팅 용어로 주로 쓰이는 '휴먼 그레이드'가 대표적인 예다. 휴먼 그레이드는 사람이 먹는 식품처럼 안전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곱창과 닭발, 내장 등은 모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다. 반려동물 사료에서는 이를 '부산물'로 분류해 표기한다. 부산물이 나쁜 재료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사람이 먹는 같은 소고기라도 등급이 나뉜다. 사료에서의 휴먼 그레이드란 표현이 '1등급 투플러스 소고기'를 뜻하진 않는다. 생육의 등급이 1등급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휴먼 그레이드는 우수한 품질을 뜻하는 표현이기보다는 '식이 가능한(Edible)'의 의미에 가깝다.

심용희 수의사는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천연 등과 같은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사료 용어도 법적인 근거가 있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한 용어가 아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왕태미 수의사에 따르면 생고기 원료가 육분보다 더 비싸지만, 영양과 소화 면에서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반려동물 영양학 책 '당신의 반려동물은 잘 먹고 있나요'의 저자 왕태미 수의사는 "최고급 사료라고 알려진 제품들을 연구한 결과 '비싼 것'과 '안전'은 연관성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고가의 제품들은 '생육(생고기)을 사용해 만든 사료가 더 좋다'고 광고한다. 실제로 생육으로 사료를 만들면 비쌀 수밖에 없다. 생육 운반 및 저장 과정, 추가 가공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생육도 제조 과정에서 결국 분말로 만들기 때문에 육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왕태미 수의사는 "생고기 원료가 고깃가루보다 더 비싸지만 영양과 소화면에서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며 "만들어진 제품의 마지막 영양 균형이 어떻게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생육은 수분 함유로 유통 및 가공 과정에서 세균 증식의 위험이 있지만, 육분은 멸균 과정을 거쳐 더 안전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생육에 집착하다 보면 제품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고가 사료 대부분이 공인된 '피딩 테스트(Feeding Test, 안전성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왕태미 수의사는 "영양과 안전성 테스트를 충분히 거쳐서 비쌀 수밖에 없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고가 사료 중 피딩 테스트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싼 제품일수록 고기 함량이 높은 점도 지적됐다.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 회장은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은 제품을 과도하게 먹이면 반려동물에 따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 상태에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전문가와 상담하고, 영양학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