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그게 뭐죠"…韓 기업 57% '친환경 부당·과장 광고' 규정 몰라

EU, 내년 9월부터 年매출 4% 과징금 부과 '친환경 표시지침' 발효
글로벌 규제 세지는데 국내 인식은 바닥…"가이드라인 홍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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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기업 10곳 중 5곳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의 개념이나 지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럽연합(EU)이 내년 9월부터 친환경 표시 지침을 발효하는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 인식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100곳을 상대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한 인지도 항목에서 '잘 몰랐다'고 대답한 기업이 45.0%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그린워싱 규정을 알고 있다고 답한 곳은 36%에 불과했다.

그린워싱은 환경(Green)과 세탁(Washing)의 결합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친환경인 것처럼 표현하는 부당하고 과장된 표시·광고 행위를 뜻한다. 내년 9월 EU가 시행하는 친환경표시지침은 그린워싱이 적발된 기업에 연 매출액의 4%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그린워싱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인식도는 바닥 수준이다. 그린워싱 대응 수준을 묻는 항목에서 스스로 '낮다'고 답한 기업은 44%(낮다 36%·매우 낮다 8%)에 달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건수는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결과(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기업들의 그린워싱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전담 부서‧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61.0%로 절반이 훌쩍 넘었고,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내부 시스템이나 절차에 대해선 48.0%가 '구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계획을 묻는 항목에선 '별도 대응 계획 없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그린워싱 전담 조직이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6%에 그쳤다.

기업 상당수가 그린워싱 규정을 잘 알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다. 국내법은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환경부)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린워싱을 규율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고 답한 기업이 57.0%에 달했다.

기업의 그린워싱 대응 관련 애로사항은 '상세 가이드라인과 지침 부족'이 59%로 가장 많았다. '그린워싱 여부를 판별할 검증 체계의 부재' 응답도 36.0%였다. 정책과제로는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제공'이 65%로 첫손에 꼽혔다.

한편 두 규정에 대해 '하나의 규정으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기업 의견은 90.0%로 많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중복되는 두 규정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정부는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대외 홍보를 강화해 기업이 알기 쉽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기업들은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