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위험' 집중신고대상에 전기차 충전구역…불안 더하는 정부
행안부, 안전신문고 집중 신고 대상에 전기차 충전구역 첫 지정
친환경차 정책 펴면서 '위험' 낙인찍기 논란…"불필요한 오해 증폭"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전기차 충전구역을 '가을철 재난·안전 위험요소 집중 신고 대상'으로 지정했다. 친환경차 확산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가을철 안전신문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행안부는 자료를 통해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안전신문고에 가을철 재난·안전 위험요소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안전신문고는 국민 누구나 주변 재난·안전 위험 요소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집중 신고 대상은 △축제·행사·인파밀집 △어린이 안전 △풍수해(~10.15) △산불·화재 △전기차 충전구역 등 5개 유형이다. 전기차 충전구역이 집중 신고 대상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행안부는 매년 계절별로 안전신문고 집중 신고 대상을 정한다.
지난 여름철에도 호우·태풍, 산사태, 폭염, 물놀이 안전 등을 집중 신고 대상으로 삼았고, 1년 전인 지난해 가을철에는 기존 집중 신고 유형 외에도 산사태, 해양선박사고·해안가 수난사고, 사업장 인적사고, 이륜차·어린이 안전사고 항목 등을 추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구역 대상 선정과 관련, "최근 전기차 화재 이슈가 있어 관계기관 의견 조회와 내부 협의를 거쳐 집중 신고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행안부의 전기차 충전구역 집중 신고 대상 지정을 두고 최근 전기차 화재 이슈로 인한 공포감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주민 23명이 다치고 차량 수십 대가 불에 탔다.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와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 지난 5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며 화재 피해를 최소화한 사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자체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며 혐오와 기파 대상이 됐다. 전기차 충전 과다가 화재 위험을 높인다는 어설픈 주장들이 대중들을 파고들면서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율 90% 이하 제한',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등 비과학적인 대책을 내놓고 오해를 증폭시켰다.
업계는 행안부의 전기차 충전구역에 대한 집중 신고 대상 지정도 전기차 운전자를 향한 낙인찍기라고 우려했다. 전기차 소유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행안부가 "국민 불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집중 신고 대상으로) 지정한 것으로 이해가 되나, 이전과 비교하면 과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 관계에 입각해야 할 정부가 먼저 (전기차 포비아를) 부추기는 것 같아 전기차와 배터리 등 산업 생태계 악화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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