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인텔, 재건 외쳤던 파운드리 매각 검토…"삼성엔 기회"

인텔 최대 위기…조단위 적자에 15% 감원, 배당 중단
자사 물량 소화하던 인텔…파운드리 매각 시 점유율 변동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인텔 제공) ⓒ News1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올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앞서 야심 차게 재건에 나섰던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천문학적인 설비·기술 투자가 요구되는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경우 인텔의 막대한 CPU 물량을 다른 파운드리 기업이 소화하게 되는 만큼 삼성전자(005930) 등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파운드리 부문의 매각, 제조시설 확장 프로젝트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경영 실패가 누적되고 기술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2분기 순손실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기록한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1992년부터 시행해 온 배당도 4분기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한때 본업인 서버·PC C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경쟁사인 AMD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를 파트너로 삼아 무섭게 성장했다. 2017년 1분기 인텔의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98.6%에 달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6.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AMD의 점유율은 1.4%에서 23.6%로 상승했다.

이 기간 PC용 CPU 시장에서도 인텔 점유율이 88.6%에서 76.1%로 떨어지는 동안 AMD 점유율은 11.4%에서 23.9%로 올랐다. 스마트폰용 반도체(AP) 설계 시장은 애플,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등이 차지했다.

이에 팻 겔싱어 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년 취임하면서 2018년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은 2나노 미만 공정의 핵심 필수장비인 '하이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하면서 TSMC, 삼성전자와 '3자 구도'를 그렸지만, 업계에서는 축적된 기술력 없이 실제 양산과 고객사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사 물량을 제외한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으로 10위권 밖이다. 자사 CPU 물량을 제조하는 만큼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은 43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19억 달러) 대비 47% 확대된 28억 달러(약 3조 7500억 원)에 달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에는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생긴다.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인텔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3%로 1위 TSMC(62%)와는 격차가 크다. SMIC(6%), UMC(6%), 글로벌파운드리(5%) 등이 3위권을 형성했다.

다만 로이터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 경영진이 이달 중 이사회에 제출할 구조조정 방안에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알테라 매각안이 담겼지만, 파운드리 매각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파운드리 같은 중요 사업을 해외에 넘기겠나"라며 "버텨야 나중에 기회가 있을 텐데 매각해버리면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