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 마구 먹였다가는 큰일[고려앤벳]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장질환센터 증례 소개

편집자주 ...동물병원에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환견, 환묘들이 내원합니다. '뉴스1'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벳)들이 들려주는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연재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 애묘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간식 먹는 강아지(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박소영 수의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반려견들은 가끔 구토를 한다. 사료토, 공복토, 거품토 등 다양하다. 특히 공복토는 반려견들이 종종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끼니에 밥을 잘 먹거나, 한끼 굶고 그 다음 끼니를 잘 먹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된다.

5살 쮸로도 그랬다. 가끔 구토 증상을 보였지만 평소 식욕은 좋았다. 설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좀 부른 느낌이 들어서 의아했던 보호자는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단백소실성장병증(PLE)을 진단받았다.

적절한 소화기 처방식과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항생제, 장에 좋다는 영양제 등 다양한 제품들을 처방받았다. 알부민 수치가 1.6에서 2.7로 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1.7로 하락했다. 저알부민혈증이 해소되지 않자 난치성장질환센터를 찾았다.

쮸로의 경우 초음파 상에서 림프관확장증이 확인됐다. 보호자는 림프관확장증과 염증성장질환 확진을 위한 장조직검사는 원하지 않았다. CCECAI(강아지 만성장병증 임상점수)가 7점으로 중등도의 질환상태임이 확인됐다.

최근 높은 용량의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임상점수가 좋지 않았다. 이런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처방을 하게 되면 간만 안 좋아지고 결국 부작용들만 많아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식단과 처방 모두 변경이 필요했다.

우선 내복약을 모두 끊고 초저지방식이를 시도했다. 병원에서 검사하고 집에 돌아가는 보호자 손에 들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치의가 줄 것은 없었고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매해 음식을 조리할 것을 권장했다. 이제부터 수의사는 별로 할 일이 없고 보호자가 할 일이 많아진 것이다.

식이 변경 후 일주일 뒤 알부민 수치는 1.7에서 2.4로 상승했다. 초반에 식이 변경에 대한 설사 반응이 있어서 간헐적인 지사제를 복용한 것 이외에 점차 쮸로의 알부민 수치는 2.2에서 2.4 사이로 안정화됐다.

다만 식욕이 문제였다. 쮸로의 장이 안정화되지 않아서인지 간혹 물설사를 했다. 그런 날이면 여지없이 밥을 안 먹었다. 알부민 수치가 2.0 이상 수준에서는 밥만 잘 먹고 변상태만 좋다면 수치를 더 올리려고 애를 쓰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쮸로의 일상생활이 완벽하게 안정화됐다고 평가할 수 없었기에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다. 알부민은 3.0까지 상승했고 식욕이 붙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불균형한 초저지방식단을 할 수는 없었다. 해당 식단의 단백질을 이용한 밸런스 잡힌 저지방처방사료를 선택했고 쮸로의 임상반응은 매우 좋아서 0점까지 떨어졌다.

현재 쮸로는 스테로이드를 하루 한번 복용중인 상태에서 알부민 수치는 평균 3.2를 유지하고 있다. 이틀에 한번 복용을 목표로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식이를 조절한 뒤 더 이상 설사를 하지 않는 강아지 쮸로(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강아지와 고양이가 먹는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장에 좋다는 영양제(영양보조제)와 처방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영양제와 처방식 홍수 속에서 보호자들의 질문은 늘고 있다. 수의사에게 이 제품이 괜찮은지 봐달라거나 좋은 제품을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먹이고 있는 영양제와 각종 사료(게다가 한 가지는 영양불균형 할 수 있어서 여러 사료를 돌려 먹이라는 속설까지) 중에서 과감하게 버릴 것들을 추천해주기란 쉽지 않다.

난치성장질환센터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왔던 쮸로 보호자가 빈손으로 돌아간 것에 집중하자.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이고 있던 장에 좋다는 5개의 영양제 모두 끊으라는 주치의의 말을 보호자는 잘 따라줬다. 덕분에 쮸로는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근육량 손실이나 간수치 상승 없이 변도 잘 보고 복수(배에 찬 물)도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너무 이것저것 챙기지 말고 정해진 것만 먹이도록 하자. 힘도 빼고 생각도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덜어냄의 미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해피펫]

박소영 수의사(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박소영 난치성장질환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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