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뿐 아니다" D램 기술력 치고 나가는 SK하이닉스…"긴장해 삼성"

10나노급 6세대부터 기술 개발 앞서며 삼성전자와 기술격차 좁혀
'AI 핵심' HBM, 2013년 최초 개발 후 시장 선도…엔비디아 납품 장악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과거 경쟁사보다 한발 늦던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미세 공정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서 연이어 치고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기술을 개발했다. 연내 6세대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바이트) DDR5 D램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10나노대 D램부터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 등 알파벳을 붙여 세대를 구분한다.

나노 공정 기술은 반도체 칩의 생산성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더 미세한 공정을 통할수록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이러면 생산되는 반도체 칩의 개수가 많아져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또 반도체 칩에 더 많은 기억 소자를 배치할 수 있어 데이터 처리 용량이 늘어나고 전송 속도도 빨라진다.

SK하이닉스는 그간 10나노급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서 삼성전자(005930)보다 늦었지만, 점차 차이를 좁히다가 6세대에서 처음으로 개발을 먼저 완료했다. 10나노급 1세대 제품의 경우 삼성전자가 2016년 2월 양산을 시작해 2017년 4분기 양산에 돌입한 SK하이닉스보다 1년 이상 빨랐고 3세대까지도 1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했다.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SK하이닉스의 16Gb DDR5 D램.(SK하이닉스 제공) ⓒ News1

SK하이닉스가 기술 격차를 좁히는 동안 삼성전자가 성큼 앞서가지 못한 셈이다. 10나노급 공정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공정 난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되어 기술 진척이 느리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성능이 입증된 5세대(1b)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여 가장 먼저 기술한계를 돌파했다"며 "1b D램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1c를 개발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연내 10나노 6세대 D램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에는 10나노 7세대, 2027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나노 공정을 통한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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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기술력 약진은 HBM에서 가장 극적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인 제품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칩의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을 4단으로 쌓은 HBM 개발에 성공했고, 차세대 제품 개발도 선도하고 있다.

HBM은 개발 비용이 비싸고 생산 공정이 어려워서 초기에는 제품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는 핵심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HBM3)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했고, 5세대 HBM(HBM3E) 8단 제품도 가장 먼저 납품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제품에 대해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보다 1%포인트(p) 감소한 42.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3.4%p 상승한 34.5%로 2위에 올랐다. D램 업체 중 전 분기 대비 시장점유율이 증가한 곳은 SK하이닉스뿐이다.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1분기 12.8%p에서 2분기 8.4%p로 4.4%p 줄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