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다시 와야지"…슈퍼사이클 조선업계, 필요한 건 '숙련공'

수주 물량 늘자 과거 떠났던 직원들 중심으로 채용 확대…정부 지원도 합세
여전히 과거 호황기 대비해선 수천명 부족…"사이클 타는 업황이 단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조선업계가 빠르게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수년 치 일감이 쌓이자 과거 불황 시기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직원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보수도 수직상승했다.

31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는 1만4393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기를 견디고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크게 늘었고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더해져 역대급 호황기를 맞았다.

올해 수주 물량은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8월까지 총 148척(167억 1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를 초과(123.8%) 달성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상반기 기준 49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 절반을 채웠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042660)의 수주액은 50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조선사들은 수주 확대에 대응해 빠르게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9900명으로 지난해 동기(9349명) 대비 5.8% 증가했다. 평균 보수도 4000만원에서 4300만 원으로 늘었다. 한화오션 직원도 8682명에서 8993명에서 늘었다. 평균 보수는 3800만 원에서 4300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직원 수와 보수의 비례는 신입사원보단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우선 채용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과거 호황기와 비교하면 조선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중공업의 직원 수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마지막 흑자였던 2014년 1만3788명이었다. 한화오션의 경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2018년엔 9938명이다. 한해 전인 2017년엔 1만226명에 달했다. 조선업계는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연봉 상승을 포함한 처우 개선을 제시하며 경력직 모시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숙련공들이 과거 조선업 불황 시기에 울산과 거제를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다. 조선업 특성상 다시 불황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직을 가로막고 있다.

일손 부족에 따른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몇몇 조선사는 고객사와 계약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지체 보상금 지급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노조 파업도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장을 떠나는 직원이 증가한다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분 파업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비자 제도 개선과 인력 양성으로 조선업에 약 1만6000명의 인력을 공급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 '해외 조선 인력센터'를 열었다. 현지에서 한국어와 기술 교육을 제공해 우수 인력을 양성한 후 국내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 위한 방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 업·다운 사이클이 뚜렷한 조선업계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존재한다"며 "처우 개선뿐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인식 확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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