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마일리지도 못 쓰는데…옥수수유 항공기 타면 '탄소' 마일리지 준다

정부, SAF 확산 전략 발표…"항공권값 영향 최소화 위해 인센티브 도입"
독일은 항공권 최대 10만원 인상…업계 "당장 고객에 비용 전가 못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금준혁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국제사회 탄소중립 가속에 따른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의무화로 인한 항공권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마일리지를 만든다. 항공권값과 마일리지는 모두 국민 정서를 건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SAF 확산 전략'에 따르면 SAF 사용 의무화에 따른 항공사의 탄소 절감 비용이 항공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등의 원료로 만든 친환경 대체연료로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 2025년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 혼유(2%)가 의무화하는 등 각국이 항공 분야 탄소중립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SAF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에게 별도의 '탄소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거나, 항공사의 공항시설 사용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SAF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운수권 배분에 가점을 주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존 항공유보다 4배 비싼 SAF가 의무화되면 항공사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이날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대해 SAF를 1% 이상 혼유하도록 의무화했다.

EU의 SAF 혼유 의무화 이후 유럽의 대표 메가캐리어인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은 최대 72유로(약 10만 7000원)의 요금을 항공권값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칫 설익은 제도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항공 탄소마일리지를 어떤 식으로 승객에게 제공할지가 관건인데,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진행한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 역시 '개악' 평가를 받으며 논란 끝에 백지화됐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활용처가 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보너스 좌석공급 확대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합병을 앞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상 잔여 마일리지를 뜻하는 이연수익은 상반기 기준 합산 3조 5036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 저비용항공사(LCC)는 자체 포인트가 있지만, 서로 통용되지 않아 가치가 다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2025년에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SAF가 4~5배 비싸다고 하지만 당장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내년부터 SAF를 의무화한 EU의 추이를 살펴본 후 국내 정책도 뒤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 △이스타항공은 올해부터 인천발 일본 1개 노선에서 주 1회씩 SAF를 1% 급유한 항공기를 띄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