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CBAM 시행에 철강업계 수천억 부담…전방산업 연쇄 피해"
대한상의 "CBAM 비용 10년 뒤 5500억 이상…파급효과는 더 커"
"철강제품 내재배출량 감축하고 국제표준 설계에 정부가 나서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 국내 철강업계의 연간 비용 규모가 2026년 851억 원에서 2034년 5500억 원으로 6배 넘게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27일 나왔다. 재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니브(SGI)는 이날 발간한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서 CBAM이 시행되면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의 재무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AM은 EU가 탄소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생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 강제를 통해 부과하는 제도다. EU 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고 탄소 누출을 방지하고자 오는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철강은 CBAM 적용 대상 6개 품목 중 대(對)EU 수출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이다. 지난해 기준 해당 6개 품목의 EU 수출액은 46억 달러였는데, 철강 부문이 42억 달러로 91%를 차지했다. 국내 철강산업은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6위, 수출액 기준 세계 3위다. CBAM 시행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 전방산업이 연쇄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비금속광물 제품, 금속가공 제품, 전기장비, 운송장비, 기계 및 장비, 건설업 등에서 철강 제품에 대한 중간재 수요가 크다고 짚었다.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분석한 결과, 철강산업이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1.52로 전 산업(1.0), 제조업 평균(1.05)을 상회했다. 지난해 철강 제품 수출을 통한 생산 유발액은 약 101조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약 22조 원에 달했다.
CBAM 시행으로 EU의 수입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내재배출량(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EU 배출권거래제도 내 무상할당량(탄소배출기업이 무상으로 배출 가능한 탄소량)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부담한 탄소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용은 CBAM의 도입으로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을 지닐 철강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가격만을 의미한다"며 "추후 철강 외에도 알루미늄 등 다른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과 이들 산업의 생산품을 중간재로 활용하는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CBAM 도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CBAM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을 자체적으로 감축하고, 내재배출량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설계하는 과정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CBAM 인증서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우리나라의 무상할당비율을 낮추거나 탄소 가격을 높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CBAM 인증서 비용은 한국과 EU의 배출권 가격 및 무상할당 수준의 차이에 비례하지만 CBAM 대응 목적으로 무상할당 비중을 EU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EU에 수출하지 않는 기업이나 CBAM 대상이 아닌 제품까지도 부담을 급증시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무상할당 비율 조정에 앞서 수입 철강재에 비해 국내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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