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정경유착 우려 있지만"…한경협 회비 납부 사실상 승인

"인적쇄신 의문에도 회원사 의무 차원에서 회비 납부 필요성"
다섯 시간 격론 끝 결정…4대그룹 모두 회비 납부 수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26일 한국경제인협회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우려하면서도 회비 납부는 계열사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사실상 계열사의 회비 납부를 승인한 셈으로 이미 회비를 낸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에 이어 삼성·LG그룹까지 회비 납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회의실에서 정례회의를 진행한 결과 삼성전자 등 4개 관계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는 관계사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준감위는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런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 한경협이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동안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준감위는 "앞으로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번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회의 전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정치인 출신인 김병준 한경협 고문을 겨냥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되었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며 인적 쇄신 대상이 김병준 고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실제 해당 문제를 제기했고, 다섯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상당 부분이 김 고문 문제 논의에 할애됐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회장은 2018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돌아온 뒤, 20대 대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2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회장 선출 작업을 이끌었고, 같은 해 8월 류진 한경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고문으로 위촉됐다.

다른 준감위원들은 인적 쇄신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삼성 관계사들이 한경협에 가입한 이상 회비는 납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고문은 이날 통화에시 이 위원장의 용퇴 요구와 관련해 "내가 결정권자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껬다.

준감위가 사실상 회비 납부를 승인한 만큼 조만간 관계사들이 한경협에 회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은 지난 4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에 각 35억 원의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지난달 회비를 납부했고, SK그룹은 지난주에 회비를 납부했다. LG그룹도 한경협 회비 납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이 회비를 모두 납부하면 지난해 8월 류진 회장 취임 이후 경제단체 맏형으로 위상 회복에 힘써오던 한경협의 노력도 성과를 거두게 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