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K-양극재…전기차 캐즘에 수출 줄고 리튬價 최저

올해 7월 수출량 연중 최저 수준 1.4만톤…판가도 동반 하락
필수 광물 리튬 시세 2년 넘게 약세…역래깅 효과로 수익성 비상등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7월 수출 물량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배터리사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 따라 재고를 줄이고 있어서다. 양극재 핵심 광물인 리튬 시세도 하락하자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로 수익성 부진이란 이중고에 직면했다. 당장 전기차 산업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 만큼 중장기 전략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24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양극재 수출량은 1만 4480톤으로 전월(2만408톤) 대비 29% 감소했다.

양극재 수출 부진은 짙어진 전기차 캐즘 현상의 결과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283만8000대다. 지난 2017~2023년 평균 성장률(45.7%)을 크게 하회했다. 완성차→배터리→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동반 부진에 빠지는 모양새다.

이미 상반기에 수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상반기 양극재 수출액은 1조 745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3% 줄었다. 같은 기간 포스코퓨처엠(003670)의 에너지소재사업(양극재+음극재) 수출액은 15.5% 감소한 1조 3317억 원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출하량 급감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 시점은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출하량은 연초 가이던스(전망)를 크게 하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광물인 리튬 시세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산업체들이 전기차 산업 호황을 틈타 생산을 늘렸지만, 전기차 산업 성장률 둔화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최고점인 ㎏당 571.5위안을 찍은 이후 하락세다. 이달엔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당 72.6위안을 찍고 70위안대에 진입했다.

광물 시세 하락은 역래깅 효과로 수익성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양극재 판가는 판매 시점 당시의 광물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엔 미리 저렴하게 구매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래깅 효과를 얻는다. 반면 가격이 급락할 경우 반대 현상인 역래깅 효과로 손해를 입는다.

리튬 가격 변동에 따라 올해 1월 기준 양극재 수출가격은 ㎏당 34.1달러에서 지난달 28.6달러로 조정됐다. 최근 리튬 시세를 고려하면 올해 4분기 양극재 수출가격은 전 분기 대비 7%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극재 업계는 투자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LG화학(051910)은 오는 2026년 양극재 연산 목표를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2027년 71만톤이란 목표의 하향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는 리튬 하락 시기에 진입한 만큼 양극재 구매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당장 양극재 재고를 늘릴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