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거부권' 등장한 조선사 임단협…모처럼 호황인데 내주 동반파업

조선3사 노조 28일 나란히 파업 예고…수주 호황 등 이유로 처우개선 요구
조선 슈퍼사이클에 가동률 100% 안팎…파업 움직임 강화시 생산 차질 우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HD현대(26725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3사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다가오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수년치 일감이 쌓여 도크가 꽉 찬 상황에서 생산 차질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 65.1% 동의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을 받으며 쟁의권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정년 연장(60세→65세), 승진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올해 10회 이상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추석 연휴 전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승진거부권이 주목받고 있는데, 일정 직급 이상 승진할 경우 조합에서 자동 탈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매년 노조원이 줄고 있는 노조 입장에서는 승진으로 떠나는 조합원을 붙잡아 협상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도 같은 날 동반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 계열사를 비롯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HSG성동조선 등 8개 조선사 노조가 포함돼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74.8%,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78.6%의 동의를 얻어 파업을 결의했다. 성과급 차원에서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달 15일 이미 한 차례 부분 파업을 겪기도 했다.

조선사 노조는 업계에 호황이 돌아온 만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선노연은 "사측은 조선업 슈퍼사이클 상황에서 합리적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새빨간 거짓"이라며 "사측은 노측 요구안에 대한 제시안을 제출하지도 않고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당장 이번 공동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파업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 조선업 특성상 협력업체 직원 비중이 높아 공정이 모두 정지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업의 규모와 강도가 커질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업계 초호황으로 3~4년 치의 일감을 확보한 조선3사의 경우 현재 평균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하면 실적 개선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의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HD현대중공업 93.9%, 한화오션 100.7%, 삼성중공업 112%에 이른다. 지난해 가동률이 각각 81.3%, 97.1%, 97%였던 점을 감안하면 잇따른 수주로 초과근무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일손이 모자란 시기에 파업이 결정돼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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