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 위험은 오해…전기차 화재, 배터리셀 결함·BMS 문제가 주원인"

'전기차 배터리 전문가' 윤원섭 성균관대 교수
"국내 배터리 3사 안전 경쟁력 높아…정부 대책, 산업경쟁력도 고려해야"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희 기자

(수원=뉴스1) 이동희 기자 = "배터리 충전량이나 충전 속도 등이 (전기차 화재에) 연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배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이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문제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에서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와 충전율 제한 조치 등 지자체의 설익은 대책이 대중의 불안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튬이온배터리, 전고체배터리 등 전기차 배터리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윤 교수는 이날 약 1시간의 인터뷰 동안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여러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희 기자

◇"100% 충전 위험?…셀 내부 또는 BMS 결함이 원인 가능성"

그는 먼저 "배터리 100% 충전은 위험하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론상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양극의 에너지용량 100%는 g당 275mAh 정도인데 우리가 실제 쓰는 건 200~210mAh 정도"라며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회사는 각각 안전 마진을 갖고 설계·검증하고, 과충전을 막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알기로 현대차도 (비충돌로 인한 화재는) 최근 3년간 한 건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100% 충전에 대한 불안함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권고안으로 내놓은 '충전율 90%'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이 90%를 넘는 전기차 출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서도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금지 등 유사한 대책을 내놨다.

윤 교수는 "100%나 90%, 80% 모두 화재는 날 수 있고 충전량이 많으면 더 많은 에너지가 쏟아지는 것뿐"이라며 "충전량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게 아니라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셀 내부 결함 또는 그 결함을 제어하는 BMS 문제로 (화재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급속 등 충전 속도와 온도와 습도 등 외부 환경 등도 전기차 화재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지배적 요인'(governing factor)은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정비소에서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가 2차 합동감식을 받기 위해 지게차에 실려 정비소 내부로 향하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소된 벤츠 전기차, 서버에 기록 남아있을 수 있어…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더 위험 단정 어려워"

지난 1일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가 충전량, 외부 환경 등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윤 교수는 "셀 내부 결함이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이라면서 "배터리 셀마다 나타날 수 있는 결함(편차)을 BMS가 관리하고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벤츠 전기차 화재는)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고 (화재 전) 온도나 전압 등 분명 시그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차량이 전소됐다 하더라도 클라우드 등에)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벤츠 전기차 화재 직후 발생한 기아 EV6 화재는 당시 BMS 정보가 기아 측에 전송됐다.

윤 교수는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통계상으로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보다 더 많은 불이 난다지만 통계상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소방당국의 발표를 보면 (전기차 화재 진압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초기에는 전혀 다른 화재라 대처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희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안전 경쟁력 높아…中 배터리 비난 일변도 지양"

윤 교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비난 일변도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는 물론 배터리 화학물질 등도 함께 공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제조사뿐 아니라 셀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화학물질 등도 밝혀져야 한다"며 "중국산이다 아니다 이렇게 보지 말고 (정보를) 공개하고 그 회사 이력을 보면 기술력 담보 등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밀도, 파워, 비용, 제품의 수명 그리고 안전 등 성능 측면에서 가장 골고루 잘 돼 있는 경우가 국내 배터리 3사"라며 "안전 측면을 더 집중하면 많은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 셀 메이커 중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특성상 안전성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아직은 오지 않았고,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안전성을 향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제주시내 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하주차장 내부에는 전기차 주차구역 표시가 있지만 기존에 설치됐던 충전기는 철거된 상태다. 2024.8.14/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지자체 대책, 인과관계 확인이 먼저…산업경쟁력 측면서도 악영향"

윤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등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심리적인 불안감은 잠재워 줄 수 있겠지만, 법제화 등 규정하는 것은 충전량 등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이것은 약간 마녀사냥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벤츠 화재 사고가 커진 것은)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결정적"이라며 "과한 우려를 가지고 모든 것을 제한한다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제조사는 셀의 미세 결함을 조금 더 잘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자동차 회사도 안전을 제어할 수 있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