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못잖은 차세대 'LPDDR·GDDR'…삼성·SK·마이크론 '큰 싸움'

메모리 3사, 차세대 모바일·그래픽 D램 양산 경쟁 가열
전력소모 줄이고 데이터처리 속도 높인 고부가제품…'실적 견인차' 기대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두께의 12나노(nm·10억 분의 1m)급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D램 12·16기가바이트(GB) 패키지 양산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패키지 제품은 12나노급 LPDDR D램을 4단으로 쌓아 만들었다. D램 칩 2개가 1단으로 총 8개의 칩이 들어갔다. 제품 두께는 0.65㎜로 현존하는 12GB 이상 LPDDR D램 중 가장 얇다. (삼성전자 제공) 2024.8.6/뉴스1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올해 하반기 들어 차세대 D램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 3'사가 한층 진화한 모바일용 저전력 D램(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과 그래픽용 D램(GDDR·Graphics Double Data Rate) 등의 양산을 잇달아 알리면서다.

LPDDR과 GDDR은 전력 소모를 줄이고도 데이터 처리 속도는 향상한 대표적인 AI(인공지능) 메모리로 꼽힌다. 하반기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이어 메모리 3사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 소모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 높이고…차세대 모바일 D램 '각축전'

11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이달부터 7세대 LPDDR인 'LPDDR5X' D램 양산을 시작했다.

LPDDR은 전력 소모를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모바일용 D램이다. 주로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며 최근에는 AI 가속기, 서버, 전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 LPDDR5X의 최대 특징은 손톱만큼 얇은 두께다. 기존 제품(0.71㎜)보다 더 줄인 0.65㎜에 불과하다. 현존 12GB(기가바이트) 이상 LPDDR D램 중 가장 얇다.

메모리 두께가 얇아지면 완제품(스마트폰·태블릿 등) 몸집도 '다이어트'할 수 있다. 제품 내 여유 공간도 확보돼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유도할 수 있어 발열 관리도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000660)는 '속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LPDDR5X의 성능(데이터 처리 속도)을 업그레이드한 LPDDR5T를 개발한 뒤 최근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LPDDR5T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9.6Gbps(초당 9.6 기가비트)로 LPDDR5X 대비 13% 빨라졌다. 풀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LPDDR5X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팀 아메리카'의 이점을 살려 이른바 '큰 손'을 잇따라 고객사로 잡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15시리즈에는 마이크론의 LPDDR5X가 탑재됐다.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에도 마이크론의 LPDDR5X 16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출시한 그래픽 메모리인 GDDR7.(SK하이닉스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차세대 그래픽 D램 전쟁도 치열…"'큰 손' 잡아라"

GDDR 경쟁도 치열하다. 해당 시장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는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7세대 GDDR(GDDR7)을 공개하고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3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GDDR은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주로 사용되는 D램으로 동영상이나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제품이다.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데다 전력 효율도 높아 AI 시대 주목받는 메모리다.

SK하이닉스의 GDDR7은 이전 세대 제품보다 60% 이상 빠른 초당 32기가비트(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초당 40Gb 속도까지 구현된다.

최신 GPU에 탑재될 경우 초당 1.5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한편당 5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풀HD급 영화 30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전력 효율도 기존 제품 대비 50% 이상 향상됐다. SK하이닉스는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따른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신규 패키징 기술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GDDR7의 선구자 격이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GDDR7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SK하이닉스의 GDDR7과 같은 초당 32G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한다. 올 하반기 내 양산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GDDR7 개발을 마치고 하반기 시장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이전 세대 제품은 'GPU 공룡'인 엔비디아에 납품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어느 메모리사(社)의 차세대 LPDDR이나 GDDR을 택할지가 HBM 경쟁만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둘 다 응용처가 많은 데다 고부가 메모리여서 실적을 좌우할 열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