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보여야죠"…파리서 돌아온 이재용 말에 힘이 붙었다

2주간 '올림픽 비즈니스' 마친 뒤 이례적으로 자신감 있는 언급 주목
ASML CEO·CTO와 미팅·관람 공개도…"파운드리 비즈니스 진전"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리올림픽 출장을 마치고 7일 오후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실적으로 보여야죠, 실적으로."

2주간의 '파리 올림픽 비즈니스' 출장을 마치고 7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파리 출장 성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표정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재계에서는 "평소 출장 후 귀국길에서 말을 아끼던 이 회장이 이만큼 자신감을 드러낸 건 이례적"이라며 "만족할 만한 성과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이 올림픽 현장을 찾은 건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한 런던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이자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이 찾는 비즈니스 무대이기도 하다. 이 회장도 올림픽 기간 주요국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비즈니스 파트너와 잇따라 연쇄 회동을 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전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와의 만남이 눈에 띈다. 이들은 비즈니스 미팅뿐만 아니라 지난 3일 올림픽 수영 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ASML은 '반도체 슈퍼 을(乙)'로 불린다. EUV 노광장비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을 위한 필수 장비다. 삼성전자는 3나노(㎚·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ASML과의 파리 회동에서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을 위한 진전된 비즈니스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지난 3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에서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가운데)와 함께 수영 경기를 보고 있다.(웨이보 캡처)

앞서 이 회장은 지난 4월 유럽 출장에서 독일 자이스(ZEISS) 경영진을 만나 EUV 기술과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이스는 ASML의 EUV 노광장비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파운드리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사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 5~6월 2주간의 미국 장기 출장에서도 메타·아마존·퀄컴 등 주요 빅테크 CEO들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및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의 만남에 집중했다.

최근 이 회장의 행보는 메모리 반도체 리더십을 회복한 상황에서 파운드리 기술·수주 경쟁력을 높여 반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등 모든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갖춘 유일한 '턴키(일괄생산) 기업'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갤럭시) Z플립6을 가지고 한 (빅토리) 셀피 마케팅도 잘 된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비즈니스 성과도 있을 수 있다. 이 회장은 파리 올림픽 기간 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40여 명과 함께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오찬에 참석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