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특수 사라졌는데 인력 재배치는 막혀…수출제조업 노동생산성 '빨간불'

대한상의 SGI "노동시장 유연화하고 中 대체시장 발굴해야"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제조기업 내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회복 모멘텀을 내실있게 강화하려면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고 사업재편 및 신(新)시장 발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날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출기업은 과거 높은 경쟁력으로 국내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들 기업에서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SGI가 국내 제조업을 대상으로 수출 제조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액(노동생산성)을 계산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9년에는 전체 제조기업 대비 30%가량 높았다. 하지만 2020~2022년에는 수출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이 9368만 원으로 전체 제조업 평균(9289만원)보다 불과 0.8% 높은 데 그쳤다.

SGI는 수출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 부진한 이유로 '중국 특수 소멸'과 '수출기업 인력 재조정의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제조업은 과거 중국 특수에 의존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동력을 상실했고,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주력산업 성숙기 진입도 문제다. SGI는 "신제품의 도입과 기존 제품의 퇴출 등 생산품의 창조적 파괴 과정은 기업의 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10대 주력 수출품목은 20년 전과 현재가 거의 변화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을 생산하는 업종들은 산업 사이클상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있어 투자를 늘리더라도 생산성 향상 폭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SGI는 보고서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3가지 대책으로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사업재편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 촉진', '중국 대체할 수출시장 발굴'을 제언했다.

특히 사업 재편에 대해선 "지난달 17일부터 기존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전환된 신(新)기업활력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과잉공급산업 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을 대체할 수출시장과 관련해선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세안과 인도,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남미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등으로 해외시장 판로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바이오·인공지능·항공우주 등 분야 중심으로 한국의 공급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타 수출 품목 발굴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배터리, 친환경차, 그린십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기업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다양한 인센티브 확대 및 우수한 인력공급 등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대체식품 및 K-푸드, 에어로 모빌리티 등 신비즈니스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