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생각이 좀 달라"…아껴둔 체력 '캐즘'에 꺼낸 삼성SDI '역발상 투자'

경쟁사들 허리띠 졸라맸는데…삼성SDI, 유럽 공장 추가 신설 검토
업황 호조 땐 '선택과 집중', 캐즘엔 '투자 확대'…인재 채용도 박차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삼성SDI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SDI(006400)가 '배터리 혹한기'에도 물적·인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앞다퉈 투자 경쟁을 벌이던 경쟁사들과 달리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선별 투자'를 고수했다. 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업계가 속도조절에 나서자 보란 듯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SDI는 유럽 지역에 새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 경제지 '풀스 비즈네수'(Puls Biznesu)는 최근 삼성SDI가 자국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 부근에 20억 유로(약 3조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폴란드 당국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삼성SDI 측은 유럽 신규 공장 투자설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 중에 있지만 투자 규모나 시기, 지역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들이 업황 악화를 고려해 올 상반기부터 설비투자(CAPEX·캐팩스) 축소를 공식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나 홀로 투자'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현재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으로, 생산 캐파(CAPA)를 기존 30기가와트시(GWh)에서 60GWh로 늘리는 증설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폴란드를 비롯한 추가 공장 신설 후보지를 물색하는 등 전기차 캐즘에도 오히려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앞서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전년 대비 두 배(3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면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투자 계획에 큰 변동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인재 채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테크&커리어 포럼'에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라며 북미 석·박사급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섰다. 삼성SDI는 이달엔 국내, 10월엔 유럽에서 인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가 업계 추세와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시장이 급성장했던 지난해까지 배터리 업계는 경쟁적으로 제품군 확대와 신·증설 투자에 나섰지만,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선별 전략을 고수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설비 투자에 각각 2조 원가량 투입했지만, 삼성SDI는 6034억 원만 썼다.

업계에선 삼성SDI의 역선택이 결과적으로 '차별화 전략'으로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올 2분기 매출액 4조 4501억 원, 영업이익 2802억 원(IRA 보조금 79억 원 포함)을 기록했는데, 캐즘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 가까이 줄어든 점을 고려해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DS투자증권은 삼성SDI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전지 사업부에서의 전방 수요 둔화로 제한적인 가동률 개선이 예상되고 특히 원형 배터리 출하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캐팩스 계획을 유지한 것은 상대적으로 나은 이익 체력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