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8땀' 안했다고 우산 못판다니…이런 대못 20개월간 105건 뽑았다

대한상의, 20개월간 현장애로 312건 개선 건의해 34% 수용
개선조치 과제 중 54% 法 개정 필요…"규제개선 위해 국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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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해외 인기 우산을 수입해 판매하려다 난처한 문제에 봉착했다. 국내 안전기준은 우산 원단 2.53㎝당 8땀 이상 바느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은 기준에 맞지 않아 판매가 불가능했다. A사는 정부에 불합리한 규정을 바꿔 달라고 건의했고, 정부가 두 달 만에 해당 규정을 삭제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상반기 기준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의 운영 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난 20개월 동안 정부에 건의했던 현장애로 312건 중 105개 과제(33.7%)가 수용됐다고 7일 밝혔다.

현장애로를 유형별로 보면 기업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더하는 경영애로가 45.5%로 가장 많았고, 투자애로(18.3%), 신산업(12.2%), 환경(12.2%), 노동(9.0%), 입지(2.8%)가 뒤를 이었다.

수용된 건의과제 중에는 입지 분야에 대한 수용률이 5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투자애로(38.6%), 신산업(36.8%), 환경(34.2%), 경영애로(30.3%) 순이었다.

정부가 수용한 105건의 과제 중 해당 법령이 개정되거나 대안이 마련돼 해결 완료된 과제는 79건(75.2%)이었고, 나머지 26건(24.8%)은 법령 개정을 위한 개선 조치가 진행 중이다.

실제 우산·양산에 대한 봉제상태 규정 개선 사례 외에도 △연구개발특구 녹지지역 내 시설 증축을 제한하는 건폐율·용적률 한도 상향 △산업단지 입주 가능 업종 추가를 통한 1조70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지원 등 규제 개선 효과를 봤다.

한편 개선 조치 중인 26건의 과제 중 절반 이상인 14건(53.8%)은 국회의 입법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의는 법 개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과제로 '소량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제조·수입시 사전 심사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현행법상 유해성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해야 하고, 고용노동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등의 영업비밀을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소량씩 사용한 뒤 폐기해 위험성이 적고 다양한 샘플을 빠르게 공급해야 하는데도 약 20일이 별도 소요되는 사전 비공개 승인을 받아야 해 연구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으니 비공개 승인이 필요없게 해달라는 것이다.

해당 건의 과제는 고용노동부에서 수용 의지를 밝혔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폐기되며 아직 규제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밖에도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의 셀프충전 허용, 영화 상영 전후 광고에 대한 등급 분류 심사 면제 건의 등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에서 건의한 과제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입법 지원에 나서 조속히 규제개선이 완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