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어느 한쪽은 치명상"…HD현대-한화, KDDX 수주전 또 '으르렁'
HD현대重, 한화오션 기본설계한 대형시험선 수주…한화 "HD현대 기본설계 KDDX도 그렇게 경쟁입찰로"
HD현대 "방산물자 KDDX는 수의계약 원칙"…'3세' 정기선-김동관 '자존심 싸움' 가열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8조 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 개막을 앞두고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또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 본사업과는 무관한 1200억 원짜리 다른 사업인데, 묘하게 KDDX 입찰 경쟁으로 번졌다. 두 그룹을 물려받을 동갑내기 3세 간 경쟁이 심상치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9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달청을 통해 공고한 1255억 원 규모의 대형 해상시험선(6150톤급)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참여했다.
대형시험선은 차세대 유도탄 개발시험을 위한 플랫폼이자, 고고도 비행체 개발시험 및 계측지원을 수행하는 다목적 특수선박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종합 96.84점, 한화오션은 94.6311점을 얻어 1.2089점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주목할 점은 입찰 과정이다. 당초 대형시험선의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시행했으나, ADD는 기본설계에 대한 추가 검토를 HD현대중공업에 맡겼다. ADD는 이후 HD현대중공업에 입찰 참가를 요청,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을 경쟁입찰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대형시험선 입찰 방식을 들어 KDDX 사업도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대형시험선 수주와 관련해 '개선성능을 충족해 조기 인도하겠다'고 설명했는데, KDDX에도 같은 논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30일 입장자료를 통해 "KDDX 사업 역시 기본설계에 대해 방사청에서 추가 개선사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개선사항을 검토 반영한 경쟁입찰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더 나은 KDDX 사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DDX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다만 일반물자인 대형시험선과 방산물자인 KDDX는 획득 방식이 다르다. 방산물자는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그 결과에 대해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계속사업으로 수행한다.
반면 일반물자는 이런 특례조항이 없어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정하고 있다. 실제 방사청은 2006년 개청한 이후 함정 발주에서 기본설계를 수행한 조선소에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겨 왔다. HD현대중공업도 KDDX 사업 입찰은 수의계약이 관례적 원칙이란 입장이다.
관건은 '특별한 사유'의 인정 여부다. 방사청 규정을 뜯어보면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땐 계약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수의계약은 '임의규정'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개념설계 유출사건으로 직원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아 3년간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것도 결정된 게 없다.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기본설계 업체가 선도함 건조까지 맡으면 적기 전력화 등 효율성이 있지만, 군사기밀을 유출했던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국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아직까진 HD현대중공업이 버티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2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해 행정지도 처분만 내렸다. KDDX 입찰 배제까지는 이르지 않는 처분이다. 한화오션은 이 판단을 뒤집기 위해 해당 사건에서 '임원 개입 정황'을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재계에선 양사의 'KDDX 수주전'을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사업인 KDDX는 경영 승계를 진행 중인 두 오너 3세가 능력을 선보일,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다.
특히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나란히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자격을 얻어 시장 진출에 나선 상황이라 KDDX 수주전은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KDDX는 두 회사의 특수선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라며 "입찰 결과가 다른 사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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