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찼던 투자계획 줄줄이 낮추는 K-양극재…전기차 캐즘에 숨고르기
포스코퓨처엠·LG화학 연산 목표 하향…에코프로 "검토 중"
전방산업 회복 속도 지연 탓 실적 주춤…"내년 점진적 반등 전망"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양극재 업계가 공격적으로 제시했던 중장기 연간 생산 목표를 줄줄이 하향했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 활동을 대폭 줄이고 턴어라운드 시점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홀딩스(005490)는 오는 2026년 양극재 연산 목표를 기존 44만 5000톤에서 39만 5000톤으로 낮춰 발표했다.
지난해 양극재 업계는 전기차 시장 호황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가 친환경 흐름을 타고 내연기관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확신했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의 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하자 투자 계획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발표한 '2030년 100만톤' 계획을 보류하고 2026년 목표만 제시했다. 전방산업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단기 목표를 우선 달성하고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 계획 축소는 양극재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지난 7월 LG화학(051910)은 오는 2026년 양극재 연산 목표를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설비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목표치도 '20% 이상 감소'로 낮췄다. 배터리사의 움직임에 민감한 양극재 기업 특성상 투자 계획의 전면 수정은 불가피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오는 2027년 71만톤이란 목표의 하향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와 변동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생산능력 하향과 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적이 하락세에 진입한 점도 투자 활동을 축소하는 배경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0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8% 줄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실적도 95.2% 감소한 105억 원에 그쳤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재무 부담만 키울 수 있다.
하반기 극적인 실적 반전은 쉽지 않다.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대비 비싼 전기차 선택을 망설이고 않다. 필수 광물의 가격 하락도 수익성 확보에 불리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1㎏ 시세는 지난 4월 104위안에서 7월 84위안까지 감소했다. 광물 매입 당시 가격과 양극재 판매 시기까지 2~3개월 정도의 시차(역래깅 효과)를 고려하면 부진한 하반기 실적을 예상할 수 있다.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과잉 생산된 배터리사의 누적된 재고 여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후반 산업인 양극재 산업의 반등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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