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아플 줄은 알았지만"…K-배터리, 2Q 어닝쇼크에 전략 부심

삼성SDI, 2분기 영업익 전년比 38% '뚝'…LG엔솔은 '반토막'
대응 전략은 온도차…LG엔솔 '속도조절'·삼성SDI은 '지속투자'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2분기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58% 가까이 쪼그라들었고, 삼성SDI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숨을 골랐다.

◇삼성SDI, 전망치 밑도는 '어닝쇼크'…LG엔솔도 57.6%↓

삼성SDI(006400)는 올 2분기 매출액 4조 4501억 원, 영업이익 28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 37.8%씩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혜택(AMPC)은 79억 원에 불과했다.

당초 매출액 11.2%, 영업이익 26.2% 감소를 예상했던 증권사 시각보다 낙폭이 더 컸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경쟁사보다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길어지는 캐즘 여파를 아예 비껴가지는 못했다.

사업별로 봐도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과 전자재료 부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지만, 전지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 46%씩 줄며 타격을 입었다. 소형 전지 중 원형 전지도 일회성 보상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고객사의 재고 조정으로 매출은 줄었다.

국내 1위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1619억 원, 영업이익 195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57.6% 감소했다. IRA 세제혜택 4478억 원이 반영돼 그나마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1분기에도 IRA 세제혜택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업계는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SK온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SK온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4822억 원, AMPC를 포함하더라도 30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고, 대신증권도 영업손실이 4249억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왼쪽부터), 최윤호 삼성 SDI 대표이사, 박진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제3차 수출·현안 전략회의 '민·관 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LG엔솔 '20% 역성장' 목표 하향…삼성SDI "위기에 더 투자"

업계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블루오션'이 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배터리 업체마다 서로 다른 전략으로 한파를 견디기 위한 각자도생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IRA 보조금 수혜 규모가 연초 기대치(45~50GWh)보다 낮은 30~35GWh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 전년 대비 올해 연간 매출 성장 목표치를 기존 미드싱글(4~6%)에서 '20% 이상 역성장'으로 크게 낮췄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5일 콘퍼런스콜에서 "당초 전년 대비 20%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20% 초반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매출 성장률 목표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CAPEX·캐팩스)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창실 부사장은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투자에 관해서만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삼성SDI는 올해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기존 확보한 해외공장 건설을 차질 없이 준비해 턴어라운드 시점에 대응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반기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공법과 초기 시설 투자도 확정하기로 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헝가리 법인 증설,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투자 계획에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도 기존 계획대로 개발·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46파이 원형 전지는 2025년 초에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며 "기존 계획보다 1년 이상 시점을 앞당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