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사료, 안전성 기준 높다"…'영양 교과서' 만드는 이 사람[펫피플]

[인터뷰]김기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

지난 25일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실에서 김기현 농업연구사(농학박사, 왼쪽)와 서강민 박사가 반려동물 사료의 체외 소화율 실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국내(국산) 사료가 해외 사료에 비해 영양과 안전성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와 소통 강화를 위해 앞으로 마케팅에도 신경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기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의 조언이다. '친절한 영양 교과서'를 만들고 있는 그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국내 사료에 대한 자부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국내에서 강아지, 고양이를 가축 혹은 애완동물에서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동물 문화로 변모한 지는 20여 년에 불과하다. 그 사이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해 국내 반려동물 사료(펫푸드)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 9814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사료의 선택권도 많아졌다. '어떤 사료를 먹일까'는 반려인에게 가장 기본적이고도 자주 하는 고민이 됐다.

반려동물 관련 전문가들이 좋은 사료를 선택하기 위해 제시하는 기준은 '균형 잡힌 영양'과 '안전성'이다. 소비자가 제품이 영양학적으로 적합한지, 안전한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정부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하며 4대 주력산업 중 하나로 '펫푸드'를 선정했다. 가축용 사료 중심인 현행 사료관리법을 개정해 별도로 표시기준을 개선하고 분류체계 및 영양 가이드 마련을 세부 전략으로 세웠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올해 안에 '반려동물 영양표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김기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는 국내 사료산업 및 기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려동물 영양 전문가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반려동물 영양표준, '친절한 영양 교과서' 될 것

반려동물 영양표준은 반려동물이 건강한 생활과 정상적인 생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영양소의 최소 권장 수준을 제시한 지침이다.

국내 반려동물 영양표준 설정을 앞두고, 지난 25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김기현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사(농학박사)를 만났다.

김기현 농업연구사는 국내 사료산업 및 기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려동물 영양 전문가다.

그는 약 8년간 반려동물 사료와 영양 연구에만 몰두했다.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반려동물 건강을 증진시키는 연구들로 특허출원부터 논문 발표를 통한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시키는 결실도 맺었다.

영양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해서는 강아지, 고양이의 기초적인 영양 대사 및 생리에 대한 연구가 기반이 돼야 한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은 2021년부터 반려동물의 연령 및 품종별 기초 영양 생리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올해 9월 초판 발행을 목표로 한 반려동물 영양표준에는 그가 속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팀의 연구 성과들을 녹일 예정이다.

일찍이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미국사료협회(AAFCO)와 유럽펫푸드산업협회(FEDIAF)가 규정한 영양 가이드라인에 따라 반려동물 먹거리를 제조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의 포장지에는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영양 가이드를 충족했음을 표시한다.

김기현 연구사는 "미국, 유럽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이미 수십년간 연구를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바이블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반려동물 영양표준 초판에는 미국과 유럽 각 기준에 모두 부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연구와 주기적인 개정으로 국내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반영해 국내 반려동물 특성에 맞춰 차이를 둬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반려동물 영양표준은 단순히 숫자적인 것을 명시하는 지침을 벗어나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영양 교과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사료를 만드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왜 그렇게 설정됐는지'를 이해하도록 전하고 싶다는 뜻이다. 단백질은 어떤 기능을 하고, 왜 얼마만큼의 양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을 함께 볼 수 있게 된다.

영양표준이 마련되면 그동안 사료관리법상 단미·보조·배합사료로 돼 있던 분류 체계도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펫푸드를 주식, 간식, 특수목적식으로 분류한다면 어떤 것이 주식인지 그 근거를 영양표준으로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료를 고를 때 '국가가 제시한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사료'임을 표시사항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지난 25일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실에서 임채령 연구원(왼쪽)과 김기현 농업연구사가 반려동물 사료의 체외 소화율 실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 "사료 인지도 높이고 전문가 육성 인프라 구축"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조사한 소비자 설문 결과를 보면 국내 사료보다 수입 사료를 먹이는 이유로 '영양성분 및 품질이 좋아서' '브랜드 이미지가 신뢰가 가서'가 주 이유로 꼽힌다.

김기현 연구사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측면에서 같은 잣대를 놓고 비교해보면 국내 사료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농약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10여종 이내로 유해물질 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배 이상인 136종 성분에 대해 관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사료 회사의 인지도와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 김기현 연구사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점은 뭘까.

그는 "수입사료의 이미지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AAFCO나 FEDIAF의 영양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이다"며 "해외 버금가는 기준이 국내에도 마련되는 만큼 이를 마케팅 차원에서도 잘 알려 소비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기현 연구사는 반려동물 사료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사료만을 전공으로 하는 영양학 전문가는 부족한 현실이다. 관련 연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국산 사료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검증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나 연구소를 통해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피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