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두산, 15년 만에 다시 날다…회장이 직접 체코 건너가 수주전
2009년 UAE 수출 이후 쾌거…최종 계약시 8.5조 수주 확보
박정원 회장, 체코 정부·금융·기업 관계자 만나 'K-원전' 청사진 제시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두산(000150)그룹이 15년 만에 해외 원전에서 조단위 수주 물량을 확보한다. 박정원 회장이 직접 체코로 날아가 지원 사격을 펼친 전략이 주효했다. 과거 탈원전 정책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체코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신규 원전 1기 건설에서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 규모는 약 9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동안 정부와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대우건설(047040) 등은 '팀코리아'로 뭉쳐 수주전을 펼쳤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15년 만의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지난 5월 현지에서 체코 정부 측을 포함한 금융기관·현지 기업 등 100개 기업을 초청해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직접 주관했다.
당시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현지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등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표심 확보에 주력했다.
두산에너빌리는 최종 계약 시 8조 5480억 원의 공사비를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10조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중장기 계획과 실적 확대 실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올해 말까지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과거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두산중공업)는 수주 절벽에 내몰려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 2020년 3월 채권단으로부터 3조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듬해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결국 2년 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 졸업하고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영향이 작용하는 유럽 시장에서 K-원전의 가격과 공사 기간 준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입찰 예정인 UAE,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에서 수주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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